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야 의원들이 4월 30일에 이어 5월 8일 열린 청문회에서도 SK텔레콤에 위약금 면제를 거듭 요구했다. 이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는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를 시행할 경우 한 달에 최대 500만 명의 고객이 이탈해 7조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위약금 면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4월 30일 열린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유심 교체 물량 부족과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안내가 부실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나아가 통신사 이동을 원하는 고객들의 위약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해킹 사태 이후 홈페이지 공지만 띄웠을 뿐 고객들에게 안내 메시지를 보내진 않았다.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접하지 못한 고객들은 어떤 서비스에 가입해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유심 교체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언론에서 집중 공격을 받자 23일이 돼서야 부랴부랴 안내 문자 발송을 시작했다.
이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유심보호서비스는 해외 로밍이 문제고, 유심 교체는 물량 부족이 문제”라며 “결국 번호 이동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통신사와 고객이 계약을 맺을 때 사업자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번 사태는 완벽한 사업자의 귀책”이라며 “번호 이동 고객에게 위약금을 받기는커녕 피해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위약금 폐지를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해킹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SK텔레콤의 대응이 미흡하고, SK텔레콤에 대한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며 “불안해하는 가입자들이 번호를 이동할 수 있게 위약금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약금 폐지 주장에 당시 유 대표이사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5월 8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위약금 면제 시 7조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존 입장에서 선회했다.
유 대표이사의 태도 변화에 이훈기 민주당 의원이 “지난 청문회에선 위약금 면제를 약속했는데 말을 바꾼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유 대표이사는 “법률 유권해석과 신뢰회복위원회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파장이 큰 부분이 있어 결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SK텔레콤이 기업 손실만 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SK텔레콤은 지금 위기를 고객 중심이 아닌 기업 보호 논리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피해 입증이 있어야만 보상하겠다는 태도는 책임 회피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또 SK텔레콤의 정보보호 투자 미흡 부분도 지적했다. SK텔레콤은 전체 매출 17조 원 가운데 정보보호에 약 600억 원(SK브로드밴드 초함 시 867억 원)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최 회장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국회증언감정법상 불출석 사유서 제출 기한을 도과해 제출했다”며 “정당한 이유없이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선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 대해선 간사와 협의를 거쳐 고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불출석 사유서에 “지정해 준 일시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오는 15일)를 대비한 암참(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과의 한미 통상 관련 행사 참석이 예정돼 있다”며 “부득이하게 참석이 어려운 점을 혜량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락해 주시면 현재 대응 현황에 대해 유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출석해 위원님들의 질의에 성실히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