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알박기에 내부 반발 거세…출근 저지 투쟁 계속

[종합] 신동호 알박기에 내부 반발 거세…출근 저지 투쟁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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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현직 보직 간부 집단 사퇴…“신동호 사장 인정 못해”
방송기술인연합회 “부적격 인사를 알박기해 EBS 장악하겠다는 것” 비판
김유열 전 사장, 신임 사장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제기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내정설 의혹이 제기된 신동호 이사를 EBS 신임 사장으로 선임한 지 9일째지만 신 신임 사장은 EBS 사옥에 아직도 발을 들이지 못했다. 노사가 한목소리로 신 신임 사장 임명에 반대의 뜻을 표하고 있는 EBS에선 구성원들이 개별 연차를 사용해 피켓을 들고, ‘불법 낙하산 신동호를 거부한다’, ‘위법으로부터 EBS를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앞서 방통위는 3월 26일 신 이사를 EBS 사장으로 임명했다. 문제는 신 이사의 내정설이 EBS 사장 공모 시기부터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이에 EBS 구성원은 물론이고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EBS 사장 선임 절차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방통위는 이 같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신임 사장 임명을 강행했다.

EBS 노사는 즉각 반발했다. EBS 현직 보직 간부 54명 중 52명은 신임 사장 임명 당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EBS 현직 보직 간부 52명은 “우리는 25일 현직 보직 간부 일동의 이름으로 EBS의 독립성과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결의문을 발표해 방통위의 위법 논란 속 사장 선임 강행이 EBS의 본질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임을 엄중히 경고하며 절차의 즉각 중단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방통위는 끝내 외면했다”면서 “방통위가 임명한 신임 신동호 사장을 EBS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현직 보직 간부 54명 중 52명이 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EBS 구성원들도 27일부터 출근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EBS 구성원들은 “이진숙 알박기 신동호 물어나라”, “방통위 불법 인사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주차장에 도작한 신 사장을 둘러쌌다. 신 사장은 “들어가서 대화 좀 합시다”라고 말했으나 EBS 구성원들은 “위법한 사장과는 대화할 수 없다”며 신 사장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후 신 사장은 여권 추천 이사들과 함께 출근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신 사장은 4월 3일 오후 3시로 예정된 EBS 여권 추천 이사들과의 간담회에 참여하겠다며 EBS 사옥으로의 출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성관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장 등 EBS 구성원들과 20여 분간 대치하다 발길을 돌렸다.

신 사장은 “이사회를 막는 건 단순 출근 저지 행위가 아닌 중대한 업무 방해 행위”라고 경고했지만 김 지부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우리는 공영방송 EBS를 정치적으로 장악하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며 “방통위의 불법적 결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폭거이며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BS 직능단체들은 비판 성명도 이어지고 있다. EBS PD협회, 기자협회 등에 이어 4월 4일에는 기술인협회가 성명을 통해 “EBS 모든 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방송의 근간을 묵묵히 지탱해왔는데 최근 ‘불’공정과 ‘몰’상식이 만연하며 우리의 믿음은 철저히 배신을 당했다”며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신 사장을 향해 “지금의 상황이 공정하고 상식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은 과거 MBC 기획본부장이었고 당시 신동호는 아나운서 국장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모두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언론노조 EBS지부에서 이 위원장 기피 신청을 했으나 방통위는 이를 ‘셀프 각하’했고 결국 신동호가 사장으로 결정됐다”며 “이것이 과연 공정하냐”고 꼬집었다.

방송기술인들을 대표하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도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방송기술인연합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신 이사는 과거 MBC에서 부당 인사에 개입했으며, 법인카드 부정 사용으로 정직 6개월의 처분도 받은 바 있다. 또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21대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당적 문제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EBS의 미래를 걱정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공허한 외침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방통위가 EBS 신임 사장 임명을 강행한 것은 공영방송 장악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부적격 인사를 알박기해 EBS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BS 구성원들의 반대에 김유열 전 사장도 힘을 보탰다. 김 전 사장은 방통위의 신임 사장 임명에 집행정지 신청과 임명 무효확인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사장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2인 체제의 방통위가 EBS 신임 사장을 임명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그에 따라 방통위원장이 신임 사장을 임명한 처분에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방통위의 신임 사장 임명에 대해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봤다. 그는 “최근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 신청한 방통위 2인 체제에서의 의결이 불법적이라는 대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행정처분이 반복적으로 행해지게 되면 혼란과 손해가 심화될 것”이라며 “EBS처럼 취약한 방송이 입을 손해는 더욱 막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신임 사장 임명이 공영방송인 EBS의 독립성, 공공성, 공익성,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전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 2인만으로 진행된 이번 임명 절차로 인해 벌써부터 EBS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으며, 이미 EBS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동안 EBS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논란은 있었으니 임명 절차의 불법성 시비가 일어난 것은 EBS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김 전 사장은 마지막으로 “신임 사장이 취임해 조직 개편과 인사 등 돌이키기 어려운 조치를 진행할 경우, 법원의 본안 소송 판결이 나중에 나온다 하더라도 이미 발생한 손해와 혼란은 되돌릴 수 없게 된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긴급성과 필요성이 매우 분명하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4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에서 열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에도 출석해 “방통위가 대통령이 임명한 두 명의 상임위원만으로 EBS 사장을 임명한 그 자체가 이미 정치적 중립성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2인 의결이 위법적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계속 나오는데 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