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장진영 SBS 방송기술인협회장/방송기술저널 편집주간]
# 단상 1
최근 국회에서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게 지상파DMB를 시청하는 국민이 몇 %인지 알고 있냐고 질의하며 장비 단종으로 인해 노후 교체조차도 불가능한 DMB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 단상 2
작년 말 국회 앞에서 벌어진 대규모 탄핵 집회에서 구형 스마트폰의 DMB 수신 기능이 일부 매체를 통해 기사화되고 반짝 이슈가 되었던 적이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집회 현장에서 통신망 트래픽이 폭증함에 따라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발생한 상황에서 한물간(?) 방송 서비스인 DMB를 통해 지상파 뉴스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주목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는데 기사를 읽으면서 씁쓸함을 감추지 않을 수 없었던 건 비단 필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지상파DMB는 이동수신이 가능한 지상파 디지털 방송매체로서 모바일 방송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 속에 2005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DMB는 서비스 개시 이후 단말기 제조사들의 펀딩을 통한 수도권 지하철 중계망 구축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통해 한때는 매체 이용률이 31%에 도달할 정도로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 하는 듯 했으나, 스마트폰과 LTE/5G 등 광대역 이동통신 서비스의 등장 이후 본격적으로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미디어 서비스 이용 행태가 YouTube,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기반 플랫폼으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단말기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에서 DMB 수신 기능을 삭제하기 이르렀고, 현재 DMB 이용률은 2% 수준으로 사실상 이용자가 거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 방송사들이 DMB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었다. DMB만의 광고 매출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TPEG(교통정보서비스), RTK(고정밀위치정보서비스)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며 DMB 방송망을 활용한 수익 창출 방안을 모색했으며, 기존 MPEG-4 대비 압축효율이 2배 정도 우수한 HEVC 코덱을 적용해 스트리밍 서비스 못지않은 우수한 화질을 제공하는 HD-DMB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실시하기도 했다. 특히, 2014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을 통해 DMB가 FM 방송과 더불어 재난방송 수신 매체로 지정되며, DMB 지하망 유지관리와 관련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고 재난매체로서 보다 견고한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게 되었다.
다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환경 변화라는 큰 파고 앞에 DMB는 점차 방송 매체로서의 효용가치를 잃어갔고, 일부 방송사(U1미디어, 한국DMB)는 지속적인 이용률 하락 속에 날로 악화하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DMB 사업을 종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DMB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사정도 그리 썩 좋지만은 않다.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급감하는 광고 수익과 글로벌 OTT 출현으로 말미암아 급증하는 제작비 부담 속에 힘겹게 방송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업체들의 도산과 사업 철수로 인해 부품 수급조차도 쉽지 않은, 노후교체 연한을 한참 지난 장비들을 끌어안고 DMB 서비스를 지속하는 것은 방송사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상대적으로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사의 경우 DMB 송출 중단에 대한 요구가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해외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바일 방송 분야에서 한국의 DMB와 경쟁 관계에 있던 유럽의 DVB-H, 북미의 MediaFLO, 일본의 원세그(OneSeg) 또한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모바일 방송을 통한 성공 사례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올해는 DMB 방송을 시작한 지 만 20년이 되는 해이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DMB가 태동하던 20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지상파를 통한 모바일 방송이 현재의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소구력이 있는지, 모바일 방송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한지, 만약 앞으로도 모바일 방송이 필요하다면 차세대 모바일 방송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지 등 모바일 방송 정책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 더불어 방송사가 DMB 방송 종료를 희망할 경우 밟아야 할 절차 등 DMB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