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방송사는 영원한 갑을관계?

[칼럼] 방통위와 방송사는 영원한 갑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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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을관계가 새삼 눈길을 끌고 있다. 포스코 모 상무의 비행기 라면 난동 사태를 기점으로 이러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부상하는가 싶더니 남양유업 사태를 기점으로 절정을 찍고, 밀어내기와 배상면주가를 기폭제로 더욱 활활 타오르는 분위기다. 여기에 윤창중 전 대변인 사태도 크게 보면 갑을관계, 즉 청와대 대변인과 힘없는 인턴의 관계설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방송기술 현안에도 엉뚱하게 불통이 튀었다. 아래는 한 언론사의 일부 기사다.

-(방통위) 김** 국장은 지난 10일 지상파 4사의 기술본부장을 불러 MMS, 700MHz, UHDTV에 대해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얼핏 보면 문제를 인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기사에는 갑을관계가 묘하게 드러나 있다. 방통위 국장이 지상파 4사 기술본부장을 ‘불러’라는 부분. 그렇다. 이 부분이다.

원래 누가 누군가를 부른다는 것은 명확한 상하관계, 즉 갑을관계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적절하지 못하다. 방통위는 국가기관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하는 부처이지만, 그렇다고 국장이 방송사 기술본부장을 마음대로 부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 기사에는 이러한 표현이 당연하다는듯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기자의 단순 실수일수도 있고, 아니면 방통위 자료에 그러한 표현이 있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만연한 표현’은 서로 공생의 협조관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 두 조직의 건강한 통로를 자칫 오해하기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닌, 그저 표현의 문제이지만 이 부분을 방송기술에 대한 누군가의 폄훼로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그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공계열 차별에 따른 광범위한 단상을 투영시켜보면 씁쓸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