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부터 디지털 전환 후속조치인 채널재배치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에 디지털 직접수신방식으로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수신채널을 검색하는 작업을 필수로 거쳐야 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방안도 마련된 상황이다. 하지만 권역별 순차 채널재배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말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및 디지털 전환에 따른 필수 후속조치로 6월 전라권을 시작으로 채널재배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전국을 각각 전라권, 경상권, 그리고 수도권-강원권-충청권 등 3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각각 6월 12일, 7월 17일, 10월 16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채널재배치는 2012년 말 아날로그 방송 종료까지 아날로그-디지털 동시방송을 위해 부여한 임시채널(885개 방송국)을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디지털 방송 대역(470∼698MHz) 내 확정채널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현재 디지털 방송용으로 채널 14번∼69(470∼806MHz)번을 사용하고 있으나,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채널 14번∼51(470∼806MHz)번만 사용하게 됨에 따라 52번∼69번의 채널들을 14번∼51번 안으로 이동해야 하고, 14번∼51번 내의 채널들도 그에 맞춰 재배치하는 것을 뜻하는 표현이다. 단, 수도권-강원권-충청권 내 모든 채널이 변경되는 기간급 5개 송신소의 700MHz 대역 1개 채널(KBS D2TV)은 수신자 혼란 최소화를 위해 1∼2주 후에 채널재배치를 실시(기간국 5개소, 간이국 17개소)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1년 470~806MHz 대역 주파수 재배치 공고를 내고 2012년 4월과 12월에 디지털 방송 채널재배치 변경 및 세부계획 의결을 거쳐 해당 정책을 확정했다. 그러나 전국 3권역 채널재배치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부는 디지털 방송 채널재배치에 따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합안내 인터넷 홈페이지 ‘디지털 마당'(www.digitaltv.or.kr)을 구축해 서비스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 및 지원 작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러한 대책은 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 종료 당시 문제가 되었던 ‘실효성 논란’에서 한 발도 발전하지 못했다. 물론 정부가 채널재배치에 대비해 면대면 홍보의 강화와 기술 취약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지원을 천명했지만, 아날로그 방송 종료 당시에도 비슷한 대응 방안이 나온바 있다.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다만 채널재배치 작업이 전국 일시 재배치 기조에서 벗어나 조기 순차종료가 아닌,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순차 종료로 결정된 사항만 간신히 숨통을 틔우는 분위기다.
게다가 채널재배치 작업 자체가 가진 문제점도 심각하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가 2012년 1월 20일 의결한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라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정부 일정에 따라 채널재배치 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의무가 강제로 부여된 부분이다. 최근 2.0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되며 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 및 대부분의 가용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골자로 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또 다른 부작용인 셈이다.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는 해당 플랜에 따라 채널재배치 후속 작업에 이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물론 전파법 7조에 따라 정부의 방송사 손실보상 업무가 완료되긴 했지만 비용적인 부분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송신채널 기준 기간국 29매체, 간이국 724매체에 달하는 방대한 시스템을 모조리 채널재배치에 적합한 상황으로 변환시키는 작업, 즉 1,300여개 디지털 방송국 중 887개 방송국에 대해 순차적으로 해당 송신설비의 송신기 부품, 안테나 케이블 교체 등 공사를 진행한 것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너무 부족하다.
또 실질적인 채널재배치 작업 운영상의 문제점도 심각하다. 채널재배치 과정 중 기간국은 송신채널만 변경하면 되는 간단한 구조이지만, 간이 TVR은 송신채널 변경과 더불어 수신채널 변경도 동시에 필요하다. 또 수신채널은 기간국의 채널을 모국으로 하고 있으므로 기간국 채널이 변경되면 수신안테나도 변경해야 한다.(수신채널 변경대상은 총 273매체) 더구나 KBS 1TV의 경우 현재 24시간 종일방송을 하고 있으므로 정파를 하지 않고는 변경채널에 대한 사전 시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여기에 매체당 이중방식 송·중계기를 임시채널에서 확정채널로 일정 기간 단일방식으로 송신해야 하므로 방송사고 위험도 있다.
직접적인 지원의 적합성 문제도 있다. 현재 정부는 3월 28일 SK브로드밴드와 협약식을 맺고 해당 업체가 채널재배치 작업의 실질적인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는 IPTV를 보유한 어엿한 유료 방송 사업자다. 방송 수신환경에 있어 지상파 방송사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IPTV 보유 회사를 실질적인 채널재배치 지원 회사로 선정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상징적인 존재이지만, 순수 매출로 따져보면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재벌 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채널재배치 사업은 지상파 방송사에 해당 작업에 대한 부담을 몰아주는 한편, 운영상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고 있다. 또 가장 중요한 대민홍보 및 기술지원도 2011년 채널재배치 시범지역이던 강진의 실패사례에서 그리 커다란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권역별 후차 채널재배치로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큰 고비는 넘겼다 할 지라도, 이제 그러한 이점도 한 달후면 끝나는 판국이다.
권역별 오후 2시 일시 채널재배치 사업의 문제점과 시청권 박탈이라는 ‘지뢰’외에도, 디지털 방송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사가 확보 가능한 228MHz 주파수 논의와 더불어 향후 커다란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