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의 의무재송신 확대 논리는 ‘자승자박’

유료 방송의 의무재송신 확대 논리는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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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정 계명대학교 교수는 4월 24일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재송신제도 쟁점과 해결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유료 방송 업계가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지상파 방송사와의 재송신료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유료 방송 업계의 의무재송신 확대 논리가 체계적으로 시작되는 한편, 국회와 정부 부처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고개를 드는 가운데 나온 최 교수의 발언은 그 자체로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 Photo : 이선택 사무처장

이에 최 교수는 “유료 방송이(주로 케이블이) 주장하는 의무재송신 채널 확대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운영할 수 있는 채널 수의 축소와 그에 따른 임대수입의 감소 등을 의미하므로 케이블 사업자의 헌법상 방송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침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유료 방송이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최 교수는 케이블 업계를 중심으로 하는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의무’이자 ‘규제’인 지상파 의무재송신을 도리어 확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현행 방송법 제78조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게 지상파 동시 재송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케이블 사업자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재송신에 대한 대가 지급을 요구하자 현행 KBS 1과 EBS로 규정된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최 교수는 이러한 유료 방송, 특히 케이블의 주장은 단기적인 안목일 뿐이라고 지적하며 “케이블 사업자가 자신의 제한된 채널을 포기하면서까지 현행법보다 더 폭넓은 의무재송신을 요구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모순일 뿐만 아니라 무상 재송신 채널을 확대해 무임승차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정리하자면, 유료 방송이 지상파 의무재송신을 규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스스로의 질적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이면에는 무상 재송신을 확대해 다가오는 미디어 환경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편승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현재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고려하는 국회와 정부 부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최 교수는 최근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이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골자로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한편,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비슷한 노선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현상에 대해 “특정 사업자의 (단기적인) 이익에 완전히 합치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그러한 이익이 유료 방송에 장기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지상파 방송 콘텐츠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지극히 정상적인 논의도 등장했다. 토론에 배석한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케이블 사업자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지상파 콘텐츠를 방송하는 것은 분명한 저작법권상 불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획일적인 의무재송신 확대 유무에서 벗어나 유연한 기준을 통한 대상 설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미정 공공미디어연구소 팀장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의무재송신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의무재송신을 지상파에서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지상파 편을 들 것이냐 케이블 편을 들 것이냐의 논의로 치환될 위험성이 있다”며 “어떤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접근권을 보장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정 팀장은 그 기준을 시청자에서 찾았다. 이에 정 팀장은 “의무재송신 대상에 공영방송이 포함돼야 한다면 수신료 분리회계를 전제로 KBS2TV도 의무재송신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수신료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을 제외한 나머지 콘텐츠에 대해서는 (재송신)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종합편성채널 의무재송신에 대한 논의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현재 종편은 의무재송신 대상으로 지정되어 대부분의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고 있지만, 최근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하는 야권 의원들이 이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 팀장은 “지난 2년간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종편의 경우도 의무재송신 등 과도한 특혜를 빨리 내려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