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소위 ‘겹치는 업무’를 둘러싸고 양 조직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협조와 공조를 통한 정책 추진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양 조직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각자의 정책 추진에 있어 일정 수위를 조정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지난 1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방송 및 통신의 첨예한 대립의 원인인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에 대해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에서 관리하도록 돼 있으며 이 부분 관리는 방통위에서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내 “방송용 주파수를 회수해서 통신용으로 바꾼다면 미래부, 국무조정실과 협의할 것”이라는 사족을 붙였다. 사실상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지만, 그래도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용 활용을 전제로 한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미과부도 주파수 현안에 있어서 물러날 기색은 없다. 최문기 미과부 장관이 자신의 취임식은 물론,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총 1GHz 폭의 통신용 주파수 확보를 골자로 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계승 및 발전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700MHz 대역 주파수도 통신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와 미과부의 ‘700MHz 대역 주파수 전쟁’의 이면에는 잘못된 전제가 있다. 특히 미과부는 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중 상하위 40MHz 폭이 통신용으로 할당되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전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자신의 임기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어 해당 주파수의 상하위 40MHz 폭을 통신에 할당하기로 결정하긴 했지만, 해당 결정이 법적인 효력을 가지는 방통위원장 고시로 명기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과부는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구두 결정을 법적인 효력이 있는 고시인양 전제를 내려, 남은 68MHz 폭의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하는 모바일 광개토 플랜 2.0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방통위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과 비슷한 ‘700MHz 대역 주파수는 방송용 주파수며, 주파수 용도 변경은 합의에 의해 정한다’는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방통위와 미과부의 700MHz 대역 주파수 전쟁이 통신사 내부 주파수 경매가 종료되고 채널재배치가 완료되는 올해 10월까지 극적인 변곡점을 그릴 것으로 본다. 동시에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 40MHz 폭 통신할당 프레임의 붕괴’와 ‘UHDTV 및 난시청 해소 방안 전략’은 물론 ‘방송 및 통신 산업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해당 주파수의 주인이 갈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곧 방통위와 미과부의 진영논리가 ‘얼마나 광범위한 추진력을 얻는가’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첨예한 대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 조직이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일정정도 상대를 향한 공방의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결국 두 조직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정당한 결론을 내리느냐에 달려있다”며 “현재로서는 주파수 정책 이원화에 따른 방송용 주파수의 방통위 관할을 전제로, 대한민국의 디지털 방송 전송 방식 불리함 및 전파 도달의 지형적 요인, 여기에 데이터 종량제를 포기한 통신사들의 산업논리에 대한 부당성과 주파수 균형발전 로드맵, 마지막으로 난시청 해소 및 UHDTV 발전 등의 변수에 따라 700MHz 대역 주파수의 주인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