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와 미과부의 ‘불편한 동거’

방통위와 미과부의 ‘불편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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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정부 조직 개정안 합의 및 쟁점사항 타결, 이에 따른 박근혜 정부의 주요 장차관 인선이 극적으로 마무리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도 베일을 완전히 벗었다. 하지만 지루하게 시간을 끌던 국정 공백사태 및 그에 따른 이해 관계자들의 분쟁으로, 두 조직은 출범도 하기 전에 심각한 파열음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두 조직은 주파수 분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당장 방송용-통신용 주파수가 갈라진 가운데 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에 대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당 주파수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시절 잠정적으로 통신에 분할 할당된 상황이지만 이는 확정적인 사항이 아닌 만큼, 이를 둘러싼 방송과 통신의 힘겨루기가 지속되며 자연스럽게 방통위와 미과부의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방송 정책의 상당 부분을 미과부로 이관시킨 방통위가 조직의 확장성을 크게 잃어 미과부와의 주파수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방통위가 친박실세로 불리는 이경재 전 새누리당 4선 의원이 위원장으로 내정된만큼, 공룡부처인 미과부와의 진영논리에서 속절없이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여기에는 방통위 조직의 전면에 구 정보통신부 관료들이 포진하는 것과 미과부-방통위 업무협약에 따른 사실상의 ‘방통위의 미과부 종속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동시에 지상파 의무재송신 현안도 논란거리다. 최근 정부의 관련 사업 진흥 정책으로 최고의 호조세를 누리는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사의 합당한 콘텐츠 비용도 무시하고 지상파 의무재송신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재송신료마저 낮추려는 움직임을 숨기지 않아 이를 둘러싼 방통위와 미과부의 눈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사의 방통위와 유료 방송 사업자의 미과부가 대리전쟁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유료 방송 사업자의 규제 완화도 시한폭탄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일명 ‘CJ 법’이라 불리는 케이블 SO 권역별 규제 완화 및 PP 매출 제한 규제 완화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KT의 경우 작년 커다란 진통을 겪었던 DCS 허용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를 등에 업은 유료 방송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른 논쟁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해당 논쟁의 중심에는 지상파 및 보도 PP를 관장하는 방통위와 유료 방송 전반을 관장하는 미과부가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쟁점사항들이 방통위와 미과부의 정책적 대결 국면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는 분석에는 인정하면서도, 그 이면에는 적절한 논의와 정치적 타협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과부와 방통위의 업무협약 가능성과 더불어, 각 조직을 구성하는 관료들이 쟁점을 피하고 산업발전의 논리에 매진하게 되면 상황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