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들은 영리하기까지 하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및 재송신료 인하의 주장을 두고 유료 방송 플랫폼들은 절대 ‘이윤 추구’라는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이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보편적 시청권, 즉 지상파 방송사가 그 핵심 근간인 플랫폼적 소명을 낮은 직접수신율 때문에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러한 공익적 업무를 대신하는 유료 방송 플랫폼들이 지상파의 플랫폼적 소명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콘텐츠를 무상으로, 혹은 낮은 가격에 받겠다는 뜻이다. (심지어 일각에서 유료 방송 플랫폼이 지상파 방송사에게 재송신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현 단계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차치한다)
얼핏 들어보면 맞는 말 같다. 10%에 머물러 있는 직접수신율을 따져봤을 때, 지상파 방송사가 플랫폼적 소명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니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하고 재송신료를 낮추라는 말은 그 자체가 대승적이고 공공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어폐가 숨어있다. 과연 유료 방송 플랫폼이 주장하는 보편적 시청권이 제대로 된 보편적 시청권인가, 하는 문제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겠다. 보편적 시청권은 이윤을 추구하는 유료 방송 플랫폼의 전유물이 아닌, 지상파 방송사의 역할모델이며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한 보편적 시청권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즉, 돈을 내야한다는 막강한 ‘진입 장벽’이 있는데 어떻게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한 보편적 시청권이 가능하겠느냐는 논리다. 이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하는 보편적 시청권에 집중할 필요가 생긴다. 즉, 직접수신율 제고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플랫폼적 소명을 다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뜻이다.
▲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의 일종인 K-뷰 셋톱박스 사진, 하지만 K-뷰가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를 완전히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직접수신율 제고 자체가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소명을 망각했던 지상파 방송사의 책임도 분명히 있음을 밝혀둔다. 그러나 일단 지상파 중심의 보편적 시청권이 문자 그대로 제대로 된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 구현이라면, 이를 위한 로드맵은 나와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도시 위주의 재송신을 통한 이윤 추구는 물론 법원이 인정한 지적 재산권도 부정하며 직접수신을 하는 가구에 무료로 제공되는 지상파 콘텐츠를 무료로 활용하겠다고 당당히 주장하는 유료 방송 플랫폼과, 이런 유료 방송 플랫폼을 순수하게 산업적인 의미로 재단해 그저 ‘대기업’으로 만들어 유령같은 낙수효과를 노리는 정부의 논리에 맞서려면 지상파 방송사가 주도하는 보편적 시청권 로드맵이 등장해야 한다는 뜻이다.(3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