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정부 조직 개정 협상, 과연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제출한 차기 정부 조직 개편안이 표류하고 있다. 인수위 원안이 제출된지 45일이 지났지만 여야의 협상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당장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 난맥상이 장기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정부 조직 개편 협상은 어느정도 좁혀진 상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정책 이관을 전제로 하는 ‘범위의 문제’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방송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담보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만 확정되면 정부 조직 협상은 의외로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공산이 크다.
이 중에서 미과부의 방송정책 이관을 전제로 하는 ‘범위의 문제’를 두고 여야의 이견차이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쟁점은 케이블 SO 정책의 미과부 관장 여부다. 새누리당은 케이블 SO 정책을 미과부가 관장해야 한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은 케이블 SO의 채널 배정권 등을 이유로 해당 정책의 미과부 관장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주장대로 케이블 SO가 미과부에 종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케이블 SO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견고한데다 과거 정보통신부 관료 출신 방송통신위원회 인사들이 케이블 SO의 미과부 관장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간 옛 정통부 출신 방통위 고위 관료가 케이블 SO 정책의 미과부 정책 이관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는 분석이 다분하다.
그런 이유로 한 때 ‘정부 조직 개정 협상을 위해 케이블 SO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속시키자’는 새누리당 일부의 여론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또 헤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민주통합당 박기춘 대표가 케이블 SO를 미과부에 넘기는 대신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세가지 안건을 타협안으로 제시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의 조건만 갖춰진다면 케이블 SO의 미과부 이관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 물론 이러한 주장이 여야 내부에서도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언제든지 급변할 수 있다.
동시에 케이블 SO의 미과부 이전 및 IPTV 정책 등 비보도 정책 관장 논리와 더불어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통합당이 독임제 미과부가 방송정책을 담당하면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무너진다고 경고하자 새누리당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여기에 민주통합당이 더 강력한 협상안을 제안하며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논의’도 활기를 띄는 분위기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방안이다. 바로 방송 관련 특별법 제정과 국회 방송특위 구성이다. 하지만 방송 관련 특별법은 새누리당이, 국회 방송특위는 민주통합당이 각각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로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지는 미지수다. 다만 민주통합당 일각에서 ‘새누리당이 방송특위의 내용을 긍정적으로 구성한다면 논의할 가치는 있지 않겠는가’라는 기류가 조심스럽게 번지는 분위기다.
표류하고 있는 정부 조직 개정안 협상. 케이블 SO의 방송정책 관장 부처를 두고 막판 물밑 협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안보정국과 같은 ‘외부 흔들기’가 본격적인 위력을 발휘하고 ‘발목잡기 프레임’이 여당에 유리한 역학구도를 지속적으로 창출한다면 의외로 빠른 협상안 도출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만약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방송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방송 특별법 제정과 방송특위 구성이 마지막 현안의 핵심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