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케이블 및 IPTV 등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 규제가 사라지고, 대기업 방송 소유‧겸영 규제도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무총리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3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규제 개선 방안을 확정했다.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는 “오징어 게임, 더 글로리 등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나 방송, OTT 등 미디어 산업은 치열해진 경쟁으로 성장이 정체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미디어·콘텐츠 산업은 거대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급격한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한류의 원천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인 미디어·콘텐츠 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이 될 수 있도록 미디어와 콘텐츠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발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우선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재정 기반을 든든히 하기 위해 민간 투자를 촉진하는 마중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정부는 영상 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30%까지 확대했다. 기본공제율을 대기업3→5%, 중견기업 7→10%, 중소기업 10→15%로 상향하고, 국내에서 지출된 비중이 높을 경우 대·중견 10%, 중소 15% 추가공제가 가능토록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최대 15%, 중견기업은 최대 20%, 중소기업은 최대 3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또 중소‧중견기업이 영상 콘텐츠 문화산업전문회사에 투자한 금액에 대한 세제 혜택(3%)을 신설했다.
낡은 방송 규제도 전면 재검토해 13개의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지상파와 케이블, 위성방송은 역성장 및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미디어인 IPTV와 OTT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전통적 방송 환경에 기반한 경직적 법체계 및 과도한 규제로 인해 방송 사업자의 자율성, 혁신이 제약되고 민간 투자 유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유료방송(홈쇼핑, 케이블, 위성, IPTV)의 재허가·재승인제를 폐지하고, 지상파방송 및 종합편성채널·보도전문채널의 최대 유효기간을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확대한다.
그동안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에 맞게 합리적으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대기업 방송 소유‧겸영 규제도 완화된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기준 상향 및 일간신문(뉴스통신), 외국인의 유료방송 지분 제한을 일부 폐지하고, 그동안 10조 원에 묶여 있던 대기업 기준을 경제 규모를 반영해 GDP 일정 비율과 연동해 상향키로 했다.
또한 케이블 및 IPTV,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자유로운 시장 재편을 저해하는 시장 점유율 규제도 폐지한다. 위원회는 전체 가입자수 1/3 수준의 점유율 제한이 규모 있는 미디어 사업자 출현을 사전에 제한하고, 대규모 투자 한계 및 자유로운 시장 재편을 저해한다며 유료방송과 일반 PP의 시장 점유율 제한을 전면 폐지키로 했다.
콘텐츠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도 확대된다. 현재 유료방송은 70개 이상 채널 운용의 의무 부담이 있는데 이를 폐지하고, 사후적 민간 자율 규제로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현행 방송법 33조(방송심의규제)에 따른 17개 심의규정도 추상적 규정으로 콘텐츠 제작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지적에 따라 모호하게 규정된 조항을 구체화하고, 매체별 등급 분류 기준을 조정하기로 했다.
광고 시장도 규제 완화를 통해 활력을 제고한다. 우선 현행 7개의 복잡한 방송 광고 유형을 3개(프로그램 내/외/기타광고)로 단순화하고 포괄적으로 범주화해 광고 유형 및 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하기로 했다. 개별법령에서 특정 품목에 대한 방송 광고 금지 및 광고 시간대 제한도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라 판단하고 소관부처와 협의해 규제 필요성이 낮은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완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위원회는 미디어‧콘텐츠산업의 위기 극복과 산업 약진의 열쇠는 세계 시장에 있다고 판단하고, 글로벌 진출과 신시장 선점을 위해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국내 OTT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스마트TV용 ‘K-미디어·콘텐츠 전용채널’을 확대 운영하고, OTT사-제작사, 선도기업-스타트업, 콘텐츠 기업-제조·서비스업의 동반 진출을 지원하여 한류 확산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또한, 미디어·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유통 등 전 단계에서 AI를 접목하고, 버추얼 스튜디오(대전, 문경)를 구축하는 등 첨단기술을 고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혁신을 이끌기 위해서는 창의·융합형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 미디어‧콘텐츠 분야 전문 인력을 2024년부터 2026년까지 1만 명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외주제작사에 대한 불공정행위 규제, 지역방송 겸영 규제 완화, 케이블 지역 채널의 커머스 방송 상시 허용을 추진하고, 콘텐츠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종합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정책안은 미디어·콘텐츠 업계, 학계 등 민간전문가와 관계부처가 함께 만든 종합 전략으로, 현장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개별 부처가 단독 추진하기 힘든 핵심 정책 방안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관계부처에 “후속조치에 만전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