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출연금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를 서울시가 폐지하면서 존폐 위기에 놓인 TBS의 상황에 대해 ‘초현실적 권력’을 휘두르는 신유형의 탄압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언론정보학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1월 25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TBS, 이대로 멈춰서야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발제를 맞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TBS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과거 보였던 유형과는 다른 ‘초현실적 권력의 탄압’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는 임명권자에 의한 강압적 지배구조 교체 이후 하향식 의사전달 구조로 언론을 장악하는 형태였다면, 현재는 재정 압박을 무기로 불안정성을 촉발하고 내부의 붕괴를 유도하는 새로운 유형의 탄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신유형 탄압의 특이점이 있는데, 권력 행사자의 초현실성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사법적 단죄, 정치적 단죄를 받은 이들이 돌아왔다는 것이 정권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의 탄압은 정권이 유지되는 기간은 물론 이후에도 수사, 기소, 재판 과정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태도로 위법성에 관한 고려 없이 초현실적 권력을 휘두르는 형태라는 것이다.
또 다른 특이점은 “공영방송을 적극적으로 도구화하는 데에도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랬다면 수신료나 출연금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 조직을 무력화시켜 다른 정권이 오더라도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대응 방안으로 정 교수는 “사람들 대부분은 언론이 언론자유를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언론자유가 나의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언론자유, 공정성, 독립성 등 관습적 형태로 지향해 온 담론을 변경하고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자유가 단순히 언론이 자율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확대하고 돕기 위한 언론인의 직업적 자유, 양심적 자유라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탄압을 저지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정치적 연대와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맞은 송지연 언론노조 TBS지부장은 “서울시의회가 폐지 조례 시행일을 5개월 유예한 것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 ‘기사회생’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다르다”면서 “이 5개월 연장은 TBS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산소호흡기를 완전히 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폐지 조례 시행일을 유예하면서 서울시의회가 TBS에 지원하는 금액은 93억 원인데, 이는 최소 인력 구성인 180명을 만들기 위해 퇴직하게 되는 내부 구성원의 퇴직금 73억 원과 5개월간의 운영비 20억 원이라는 것이다.
이어 송 지부장은 “TBS 경영진이 지난해 11월 27일 민영화 추진을 공식 선언하고 2달이 다 돼 가도 소식이 없다가 바로 어제야 민영화 TF가 공식 출범했다”면서 민영화에 대한 의지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민영화를 위해 필요한 TBS 가치 평가를 위한 예산도 서울시와 시의회가 삭감했으며,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중 민영화 사례는 단 한 것도 없다”면서 서울시와 시의회가 민영화 선언만 강요하지 정교한 대책은 가지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유선영 전 TBS 이사장이 “당시 이사장으로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나 복기해 보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면서 TBS가 공영방송으로서 틀을 갖추지 못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TBS는 서울시 산하 사업소로 있다가 2020년 미디어재단으로 출범하며 서울시 출연 기관이 됐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존재하는 공영방송이라는 첫 사례로서 틀을 잡아가는 상황으로, 탄압에 대응하기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공영방송이라고 하면 최소 재정적 독립, 법‧제도의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이사회라는 최종 결정 기구를 뒀지만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사장이 비상임 이사장인 게 가장 사실적으로 그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유진 서울시의회 의원은 “방송사의 존재는 선거의 전리품이 아니다”라면서 “의회가 방송사의 문을 닫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어떤 공론화 자리든 끊임없이 만들고 끊임없이 설명해 TBS가 지난 30년간 실현해 온 공영방송의 가치를 계속해서 전하겠다”면서 “연대의 손길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를 끝까지 타협 없이 지속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