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도 분야를 미과부에 넣자고?

[진단] 비보도 분야를 미과부에 넣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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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여야의 정부 조직 개편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여야는 현재 방송정책의 관장부처를 두고 끊임없는 평행선만 달리고 있으며 26일 국회 본회의 처리는 이미 무산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주장을 다시 한번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다. 서로 상대방에게 ‘발목을 잡고 있다’라고 비판하기 전에 양측의 주장을 다시 한번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방송정책을 둘러싼 여야의 쟁점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 분장이다. 물론 방통위를 현행 그대로 중앙행정위원회로 존속시킨다는 점에는 양측이 합의한 바 있다. 비록 협상의 카드로 활용되며 여야의 신경전이 오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방통위는 법적인 지위 측면에서 온전한 중앙행정위원회의 권한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양측 모두 극렬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방송광고 정책을 방통위에 존속시키는 방안을 새누리당이 협상 카드로 빼들었지만 여기에는 비보도 방송정책의 관장을 미과부로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기 때문에 아직 불분명하며, 주파수 정책의 관장에 있어서도 방송과 통신 주파수를 분리해서 관장해야 한다는 민주통합당의 협상 카드도 비보도 방송정책을 포함한 모든 방송정책의 방통위 이관을 전제로 하고 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기서 핵심은 비보도 방송정책의 관장 여부다. 새누리당은 해당 분야에 대해 비공식 협상 과정에서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으나 이내 인수위 원안을 고수하는 강경한 자세로 돌아섰다. 동시에 민주통합당의 ‘언론장악’에 대한 우려는 ‘비보도’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일견 맞는 말로 보인다. 말 그대로 비보도 분야의 방송정책만 독임제 부처인 미과부 산하에 넣고 나머지 지상파 및 보도 방송정책을 방통위에 포함시키면 야당이 우려하는 방송장악 사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로 ‘플랫폼’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신환경은 직접수신률이 낮은 반면 유료 방송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IPTV, 위성방송의 플랫폼 의존도는 대부분의 미디어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만 2,400만에 이른다. 이들을 통하지 않으면 TV를 볼 수 없는 시대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각각의 유료 방송 플랫폼들은 채널 편성권을 가지고 있다. 당연히 게이트 키핑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의 황금채널 배정 사태가 재현될 우려도 높다.

정리하자면, 비보도 분야의 유료 방송을 미과부 산하에 넣자는 주장의 이면에는 콘텐츠 대신 플랫폼 장악 기능을 독임제 부처인 미과부 산하에 넣어 궁극적으로 정부가 미디어 전체를 손에 넣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민주통합당 및 시민사회단체가 지상파 및 보도전문채널 외에도 비보도 방송정책을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 존속시키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새누리당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융합의 시대를 맞이해 방송정책을 하나로 묶어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자연스럽게 국가 경쟁력이 상승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조건 하나로 묶어 일을 처리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 외에도, 인문학적인 방송 공공성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방송정책을 산업적 가치에 매몰시켜 소진시키는 것이 충분한 기회비용이 될 수 있느냐는 핵심적인 불안요소가 문제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방송정책을 산업적 가치에 매몰시키는 대가’로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도 불분명한 결론일 뿐이다. 처음 종편이 등장했을때 1만6,000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로 무장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으나 현실은 초라했던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현재의 유료 방송 시장이 포화상태임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지상파 방송사도 이러한 논란을 통해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공공의 서비스를 추구하는 직접수신률의 저하가 시청자의 지나친 유료 방송 플랫폼 현상을 불러왔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또 방송사 내부에서도 방송기술인을 포함한 다른 직군의 구성원들도 반성해야 한다. 그들은 방송을 만들기만 하지, 그 방송을 온전히 담는 플랫폼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껏 만든 방송을 시청자에게 내보일 수 없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러한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새삼 플랫폼의 중요성이 느껴지지 않는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역시 결론은 방송정책의 합의적 위원회 결정이다. 독임제 부처가 결정할 수 있는 분야에 방송정책은 애초에 걸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를 희생해 얻을 수 있는 혜택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의 정부 조직 개편안 처리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