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정책, 지상파는 로드맵을 세워라

[기고] 주파수 정책, 지상파는 로드맵을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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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수 전략미래연구소 부소장

최신 통신사들이 출시하는 LTE 무제한 요금제 출시에 따른 언론보도를 유심히 보고 있다.  당장 소비자들의 반응과 그에 따른 통신사의 전략적 대응들이 눈에 들어온다. 또 더 나아가 무제한 요금제 출시의 이유와 숨겨진 전략, 여기에 각 통신사들이 얼마만큼의 이윤을 얻고, 또 잃는지에 대한 분석도 곧장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다 틀렸다. 물론 1차적인 현상분석은 완벽했다고 쳐도 2차적인 진단분석은 미흡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애써 모른척 하고 있는 것인가. 주파수 정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을 두고(최근 지상파 일각에서는 이 주파수 대역을 방송용 필수 주파수라고 부른다) 난시청 해소 및 UHDTV를 비롯한 뉴미디어 활용을 통해 공공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과 데이터 트래픽 해소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평가받는 통신산업의 발전을 위해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통신사들의 주장이 치열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 싸움은 상상외로 치열하다. 물론 통신사가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를 등에 업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지만 ABU 서울선언문을 깜짝 성공시킨 지상파 방송사의 반격도 매서운 편이다. 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도 가장 적극적으로 주파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싸우는 단체로 알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LTE에서도 무제한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LTE 서비스 이용 고객들을 위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LTE 데이터 무한자유 95/110/130’ 요금제 3종을 오는 31일부터 3개월 간 한정적으로 선보인다고 밝히며 아울러 LTE 요금제에 안심옵션을 결합한 ‘LTE 데이터 안심 55/65/75’도 3개월 간 가입자를 모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요금제는 기본 제공 데이터량 외에도 풀HD급 고용량 영화 2편 이상을 매일 시청할 수 있는 3GB를 제공해 사실상 속도제한 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 3GB를 초과하더라도 U+HDTV,고화질 동영상 등 현재 LTE 기반의 모든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LG유플러스의 사실상 LTE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통신사들이 보여준 주파수 활용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당초 통신사들은 3G 시절 데이터 트래픽을 이유로 현존하는 대부분의 주파수를 자신들이 할당받아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파수 경매를 주도했으며 위성 DMB 종료 및 기타 주파수 활용 사업에서 뽑아낼 수 있는 대부분의 주파수는 통신사에 할당 예정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산업 불균형의 원리로 이해해야 한다. 1900년대 미국 대공항 시절 철강산업의 붕괴와 미국 정부의 뉴딜 정책을 곰곰이 생각해야 할 순간이다. 지나친 지원과 부의 편중이 결국 전세계에 블랙 프라이데이를 불러일으켰던 사실을 인지하고, 우리 스스로도 인정해 내야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지상파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바로 로드맵 부재다. 주파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만 되풀이 하는 것은 말 그대로 공염불일 뿐이다. 난시청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며 관련 산업을 위해 얼마를 투자할 것인지, 그리고 뉴미디어 발전을 하겠다면 그 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적 수단을 마련할 것인지 확실하게 발표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지상파 방송사는 이러한 계획이 전혀없다. 이는 엄연히 직무유기다. UHD 발전으로 해당 주파수를 원한다고 말하기에는 그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차라리 전수조사를 통해 난시청 해소의 전국 해소 비율을 정리하는 것이 좋다. 공공의 영역이라는 대의명분도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많은 비판을 받았던 ‘그건 없음’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일 수도 있다. 지상파 방송사가 합동으로 TF팀을 운용해도 좋으며 디지털 전환 완료 후 후속조치를 감행하는 DTV KOREA가 제반사항을 맡으면 된다. 방송협회가 나서도 되고 별도의 외연조직을 활용해 적극적인 논거에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주파수가 필요하면 필요한 이유를 정확히 대고 근거를 만들어라. 그 부분에서는 통신사가 한 수 위다. 지상파 방송사는 자신들이 가진 정의를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로드맵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