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경매, 문제가 많다

[기고] 주파수 경매, 문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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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승 지역미디어연구소 2팀장

빠르면 올해 4월 LTE 주파수 경매가 시작된다고 한다. 작년부터 관련 이야기가 솔솔 나오더니 12월 1.8GHz 대역 주파수와 2.6GHz 대역 할당 계획이 등장한 후 올해 2월 정식으로 논의되는 분위기다. 이렇게 우리는 사상초유의 주파수 경매를 맞이하게 되었다. 주파수 경매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그 방식의 문제 때문에 사상 초유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 주파수 경매의 역사 초기에 그릇된 경매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있었다. 2008년 12월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주파수 경매제 도입을 위한 전파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하고 이후 2.1GHz/2.3GHz 유휴 주파수 대역과 800~900MHz 대역의 회수재배치 주파수를 경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방통위 조경식 당시 과장은 “주파수 경매제 도입국가가 늘고 있고 경매대상 주파수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경매제, 비교심사 등 다양한 할당방식을 도입한 후 시장상황, 주파수 특성 등을 고려해 적합한 할당방식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그동안 빈번했던 할당기준의 공정성, 할당대가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 등을 고려할 때 시장 기능에 의한 주파수 이용자 및 가치 결정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주파수 경매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장상황에 맞는 정책적 유연성 확보한 필요한 시점”이라고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었다.

동시에 경매대금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방통위 조 과장은 경매대금이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편입해 주파수 회수, 재배치에 필요한 손실보상용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방송통신서비스 고도화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위해 쓴다고 설명하며 경매제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 요금 전가에 대한 이론적으로 “경매대가는 이미 결정된 매몰비용으로서 요금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통신사들의 당시 반응이다. 당시 패널로 나선 SKT, KTF, LGT 등 통신사업자들은 공통적으로 과다한 경매대금이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며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현실적으로 투자위축과 소비자 요금부담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었다. 즉 그들은 주파수 경매가 최악의 돈잔치가 될 가능성을 당시부터 눈치 챘다는 이유다.

그러한 논란은 또 있었다. 한국소비자원 김성천 팀장도 “경매대금이 소비자 요금에 전가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하는 한편 “사업자 담합이 이뤄질 경우 정부가 속수무책인 상황이 될 수도 있음”을 지적했고 KDI 이수일 박사는 “소수사업자에게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기준을 가지고 원칙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내년도면 800MHz~900MHz쪽에서 결정되어야하는데 시간내에 할당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 본다. 경매제를 꼭 지금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시 방통위는 대기업에 의한 주파수 집중문제는 경매제 도입을 통해 신규 사업자가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경우 시장집중이 완화될 수 있다며 문제없다고 해설했다. 또한 현행 법령상 할당공고시 할당신청자의 범위 제한, 주파수 총량 제한 등 제도를 통해 주파수 집중을 막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미 미국의 경우 대기업에 주파수가 집중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지적된 바 있어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는 주장은 당시에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이미 우리는 동시오름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주파수 경매의 폐혜를 온 몸으로 겪었다. 통신사들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돈과 주파수를 향한 최악의 질주를 시작하고 말았다. 2008년 당시 전파법 개정 당시 이러한 미래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는 점이 안타깝다.

동시에 1.8-2.6GHz 대역 주파수 외 700MHz 대역 주파수 문제가 남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당사자인 지상파 방송사는 무작정 주파수 할당만 요구할 뿐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떼만 쓰고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모바일 광개토 플랜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다. 당장 2013년 상반기에 해당 주파수의 할당을 시도한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그래서 지상파 방송사는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을 자체적으로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