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지, 모바일 포털 강자를 노리나

카카오페이지, 모바일 포털 강자를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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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츠앱(whatsap)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국내에서 3,000만 가입자를 자랑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카오톡의 조상격인 이 앱은 노키아, 블랙베리부터 IOS, 안드로이드까지 커버하는 광범위한 플랫폼 적응력과 뛰어난 접근성을 무기로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국내의 사정은 달랐다. 유료로 운영되는 와츠앱은 국내 스마트 스토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조금씩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막강한 점유율을 자랑하는 포털 사이트 ‘야후’가 대한민국의 토종 포털 사이트에 밀려 초라하게 짐을 싼 것처럼, 와츠앱은 완전 무료로 운영되는 카카오톡의 등장에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는 있었지만. 결론은 카카오톡의 승리다.

   
 

 

이렇듯 전 세계를 집어삼킨 와츠앱의 기세도, 조인과 같은 통신사들의 야심찬 모바일 정복욕에도 굴하지 않고 ‘무료의 정신’을 내세워 꿋꿋하게 나아가던 카카오톡이 최근 카카오페이지를 출시하며 기존에 고수하던 ‘무료의 정신’을 버리고 콘텐츠 유료화를 통한 수익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카카오톡 수익 추구 역사에 있어 3번째 격변이라 불릴만하다. 사업 초기 완전한 무료로 가입자들을 끌어모아 인프라를 구축한 다음 약관을 ‘개인정보 3자 제공’으로 멋대로 고친 후 수익을 추구했던 것이 1차, 그 후 애니팡으로 대표되는 카카오톡 게임의 등장으로 인한 수익구조 개선이 2차 격변이라면 카카오 페이지의 출시로 모바일 콘텐츠 유통망을 구축하는 현재의 상황이 바로 3차 격변인 셈이다. 카카오는 최근 게임사업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지나치게 빠른 트렌드 변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추가 수익원인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아지트 등이 신통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페이지는 일종의 비장한 출사표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는 일부 서비스만 제공되고 있다. 아마 3월이면 대부분의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카카오페이지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유료 콘텐츠 유통망이라 정의할 수 있다. 콘텐츠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일 수도 있고 잡지일 수도 있으며 뉴스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콘텐츠의 유통을 책임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바로 ‘유료’라는 점이다. 와츠앱의 등장과 조인을 앞세운 통신사들의 반격에도 굴하지 않고 카카오 측은 망중립성 논쟁이라는 치열한 분쟁마저 감수하며 무료의 정신을 이어왔다. 그러나 카카오페이지는 유료 콘텐츠 제공 서비스다. 최저 하향가가 500원이며 엄연히 돈이 오가는 수익 모델이다.

 

   
 

동시에 의문이 든다. 카카오페이지가 과연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고착화 되어버린 콘텐츠=무료라는 공식을 얼마나 깰 수 있을지. 이는 중요한 문제다. 쉽게 말해 웹툰 시장을 보자. ‘만화’라는 시장을 완전히 바꿔버린 현재의 웹툰 서비스는 대형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완전한 무료화가 고착되어 버렸다. 그런 이유로 유료 웹툰 및 만화 서비스 시장은 사라진지 오래다. 즉 기존의 돈 주고 보던 만화 콘텐츠가 무료의 웹툰으로 고착화되며 기존의 만화가들도 억지로 새로운 시장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전문가들은 원고료를 받고 일하는 웹툰 작가들은 극소수일 뿐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웹툰, 혹은 만화 작가들은 대형 포털 사이트의 횡포로 더욱 입지가 좁아졌다고 비판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지는 아예 ‘유료화 정책’을 들고 나왔다. 지금까지 지켜오던 자신들의 공식을 부정하고 굳어버린 콘텐츠=무료라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동시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카카오페이지의 성공여부를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유료로 만들어진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 유통망이 성공했던 사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성공했다고 해도 현재의 P2P 사업처럼 음지로 들어갈 뿐이었고.

하지만 전혀 다른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카카오 측이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포털의 창시자가 되려 한다고 진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료와 양질의 콘텐츠를 이유로 카카오 측이 카카오페이지에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감시한다는 이유를 들어 카카오 측은 유통되는 모든 콘텐츠에 대한 자신들의 검열을 무기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 측은 카카오페이지 출시 직전 있었던 세미나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내부 광고를 금지하고 강력한 모니터링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는 모바일 분야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며 순항 중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10년 만에 한게임 등 기타 자회사들을 분사시키며 몸집을 줄여 진화하는 인터넷-모바일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다. 여기에 비록 잡음은 끊이지 않지만 장르소설의 부흥을 기치로 웹툰의 성공공식을 그대로 따온 네이버 웹소설을 런칭해 본격적인 콘텐츠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네이버의 지배력이 아직 국내 모바일 시장의 최강자로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막강한 화력이 불을 뿜고 있지만 모바일에 있어서는 카카오 측도 무시무시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카카오 측이 완벽한 내부 통제를 통한 유료 콘텐츠 유통 시장에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바로 이 부분이다. 양질의 콘텐츠 유통과 통제. 카카오의 생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들은 모바일의 포털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인프라와 규제와 진흥. 이를 그대로 모바일 시장에 가지고 온 셈이다. 당연히 카카오는 모바일 포털 세계의 왕좌를 손에 쥘 것이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부분 한 가지 더. 카카오 측은 카카오페이지를 런칭하며 따로 언론사 기자들을 초청해 설명회를 가졌다. 당연히 기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페이지가 기존의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응해 만들어진 모바일 전략 플랫폼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단면일 뿐이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뉴스 서비스에 대해 카카오 측이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역시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은 하나로 이어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