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 16일 입법 예고했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11일,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접수한 지 2일 만이다.
앞서 방통위는 14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접수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2항은 ‘지정받은 자가 수신료를 징수하는 때에는 지정받은 자의 고유 업무와 관련된 고지 행위와 결합해 이를 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방통위는 이 부분을 ‘지정받은 자가 자신의 고유 업무 관련 고지 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개정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해당 보고 안건 접수 여부를 놓고 상임위원 3명이 표결해 2대 1로 가결했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은 찬성표를, 김현 상임위원은 반대표를 던졌다. 김현 상임위원은 “올해 2월 만해도 수신료를 현실화하기 위해 재정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갑자기 3월에 대통령실에서 분리징수를 이야기했다”면서 “수신료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방통위의 독립성과 합의 정신을 망각하고 3인 체제에서 2인이 동의하고 안건을 상정하는 점에 심히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 관계기관 협의, 사전영향평가, 입법 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의 절차를 거친다. 방통위는 입법 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했다. 통상적으로 입법 예고 기간은 40일이지만 긴급한 사안의 경우 법제처와 협의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방통위 설명이다.
이에 따라 6월 마지막 주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이 가능하다.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의결, 대통령 재가, 공포 등의 절차가 있는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7월 중 공포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오는 26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거나 의견서를 낼 수 있다.
지난 1981년 당시 신문의 월 구독료를 고려해 2,500원으로 책정된 TV 수신료는 현재까지 40년 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시청료 거부 파동 등을 거치면서 1994년부터는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고 있으며,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KBS와 EBS가 97:3의 비율로 나누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여러 차례 수신료 현실화 움직임이 있었고, 중간 중간 수신료 분리징수도 화제에 올랐으나 정치권의 입장 차이와 신문‧종합편성채널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이 3월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TV 수신료 징수 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이를 근거로 분리징수를 권고하면서 수신료 징수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KBS는 방통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 뒤 정부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법리적 문제 등에 대한 검토와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방통위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담은 시행령을 통과시켰다”며 “최소한의 검토와 논의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결코 공영방송의 공정성이 무너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며 방송법 개정을 통해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김효재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들은 “김 직무대행과 이 상임위원이 방통위법이 정한 방통위의 운영과 직무 독립성에 반하여 의결했고, 김 직무대행은 권한 범위를 초과해 직무 권한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