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인수위의 각 부처 업무보고가 무르익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정책 담당과 통신정책 담당을 분리해 인수위에 파견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방송통신융합을 기조로 구성된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인수위에 의해 사실상 방송과 통신 정책을 분리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물론 차기 정부의 관련 부처 조직이 확실한 윤곽을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지금으로서는 방송과 통신이 전혀 다른 조직 구성의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여기에는 ICT 전담조직의 위상이 어떻게 정해지느냐가 돌발변수로 꼽힌다.
우선 현재로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R&D 기능까지 섭렵하는 공룡 조직으로 탄생한다는 것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지식경제부 및 기타 유관 부처들이 금주에 진행한 업무보고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필하기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경제성장의 기치아래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을 추구하는 차기 정부 인수위는 이미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라는 큰 틀을 완성했다고 여겨진다. 물론 이러한 ‘대세’를 실질적으로 확인할 길은 없다. 현재 인수위가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기밀유지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발언과 인수위가 보여주는 광폭 행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와 달리 ICT 전담조직의 구성은 여전히 미궁속이다. 한 때 박 당선인이 ICT 전담조직을 포기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존재감이 미비했다. 그러나 최근 차기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속속 ICT 전담조직의 등장을 예고하고 나서며 다시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ICT 전담조직이 독임부처제 성격을 가질 것이며 박 당선인이 주장하는 ‘정부 3.0’의 개념이 적절히 녹아들 경우 ICT와 방송을 아우르는 거대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방송관련 합의제 위원회의 존속도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 논쟁의 핵심은 ICT 전담조직의 틀 안에 방송관련 합의제 위원회를 두느냐, 아니면 외부의 독립된 위원회로 두느냐에 맞추어져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ICT 전담조직의 관계도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여기에 전혀 다른 시나리오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박 당선인의 정책 자문인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ICT 인프라에 방점을 찍은 ‘정보통신방송부’ 신설을 주장하며 방송 광고 편성 및 방송사 지배구조와 관련된 포괄적 권리를 자신이 주장하는 정보통신방송부가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만약 이렇게 되면 방통위는 분리 수준이 아니라 막대한 예산을 가진 코바코를 다시 문화부에 돌려주어야 하는 등 방송과 통신, ICT 기능 등의 재배치가 연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정부조직 개편은 역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ICT 전담조직을 두지 않는 방안이다. 동시에 미래창조과학부가 ICT 전담조직을 산하에 두는 안도 한 때 비중있게 논의되긴 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지나친 비대화를 막기 위해서다. 대신 인수위 안팍에서는 ICT 전담조직을 미래창조과학부와 완전히 독립시켜 독임부처제로 구성하고 그 안에 방송관련 합의제 위원회를 존속시키는 방안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ICT 전담조직을 업무 연계성이 높은 문화관광부 산하에 넣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장되는 분위기다.
사실 ICT 전담조직의 독임부처제 독립과 산하에 방송관련 합의제 위원회를 두는 방안은 인수위가 구성되기 전부터 가장 가능성 높은 정부조직 방안으로 꼽혀왔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조직 개편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이유는 첫째, 방통융합의 가치를 쉽게 포기하는 차기 정부의 정책적 추진과 방송 산업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태도이며 둘째, 합의적 방송 위원회가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존속되었다는 의혹이 있다는 점, 그리고 셋째, ICT 전담조직이 독임부처제로 탄생하는 것이 결국은 옛 정보통신부의 재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조직 개편안도 하나의 설일 뿐이다. 그러나 ICT 전담조직의 독임부처제와 합의제 방송 위원회의 위상을 둘러싼 차기 정부의 행보는 분명 생각할 점이 많아 보인다. 특히 벌써부터 700MHz 대역 방송용 필수 주파수의 난시청 해소 기능과 지상파 의무재송신의 공적 미디어 존속 등 미디어 보편성에 대한 방송기술 분야의 인문학적 가치들이 차기 정부 인수위에서 부정적인 기류를 뿜어내는 것은 이러한 불안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