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며 케이블 방송에 지상파 송출 방식인 8VSB를 허용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종합편성채널은 신문 지면과 전파를 통해 끊임없이 8VSB 허용을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세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종편의 8VSB 허용에 반대하고 있지만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팍에서는 종편의 8VSB 허용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여러 난관이 있지만, 차기 정부가 경제 발전을 기치로 방송 기술의 인문학적 요소를 배제하고 산업 발전의 논리로 방송 기술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냥 흘릴 수는 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1년 6월 8일 중소 SO 및 PP 업계가 디지털 방송을 실시하기 위해 송출방식을 QAM(구조진폭변조)으로 의무화한 것과 관련 “중소 SO와 개별 PP의 줄도산은 물론 800여 영세 프로덕션의 집단 도산으로 2000~3000여 케이블 방송 종사자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새삼 이목을 끌고 있다. 당시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대비해 케이블 송출 방식을 고시 형식으로 사실상 QAM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소 SO 및 PP들이 반발한 것이다. 묘한 대목은 여기서 시작된다.
당시 정부가 유료 방송 송출 방식을 고시 형식으로 사실상 QAM으로 확정하자 언급한대로 중소 케이블 사업자들은 반발했다. 고급형인 QAM은 비용이 많이 들고 화질이 떨어지는데다 고장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QAM 방식은 시설투자 부담이 2조8000억원, 시청자의 시청료부담이 매년 2조원에 이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CJ를 비롯한 대형 케이블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동시에 일부 전문가들은 대형 MSO, MPP들이 비싼 QAM 방식에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는 이유는 케이블 업계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비싼 QAM 방식으로 케이블 방송 송출 방식이 정해지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인프라를 가진 중소 SO, PP가 무너질 것이며 역으로 대형 사업자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 진다는 논리를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대형 케이블 사업자의 이러한 의도는 무리한 케이블 사업 독과점 현상으로 이어져 종국에는 케이블 사업의 완전한 몰락을 야기시킨다고 강조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섬뜩한 경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2년, 화려한 특혜를 바탕으로 등장한 종합편성채널은 케이블 사업자 전체에 대한 8VSB 허용 주장에 기대 자신들에 대한 8VSB 허용도 줄기차게 내놓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지금까지 별다른 지원없이 QAM 방식으로 버텨온 중소 케이블 사업자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모든 케이블을 대상으로 지상파 전송방식인 8VSB가 허용된다면 케이블 전체 사업자에게는 대승적으로 긍정적인 일이겠지만, 보수 정권 재창출에 공헌한 종편이 주장하자 ‘8VSB’ 방식 허용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점은 제2의 종편 특혜로 봐야 한다. 여기에 종편이 SO에게 재송신료를 받으려는 시도를 정치권이 일정정도 용인한다면 일은 더 커질 수 있다. 즉 8VSB 허용 방안 및 종편의 SO에 대한 수신료 요구 등이 비중있게 받아들여지는 순간, 이는 완벽히 종편 특혜로 간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전제할 점은 지상파 송출 방식인 8VSB를 케이블 사업자에게 허용하는 것 자체가 전세계 유례가 없는 일이며, 전국민 유료 방송 디지털 로드맵 구성 및 사업자 불균형 원칙에 입각해 봐도 그리 긍정적인 디지털 전환 정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을 보고 있으면 CJ를 비롯한 대형 케이블 업체의 심정이 궁금해진다. ‘QAM’ 방식의 이점을 통해 케이블 시장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던 대형 케이블 사업자의 입장에서 종편이 주장하는 8VSB 허용 안건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같은 케이블 사업자로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대의는 뻔하겠지만. CJ 특별법과 관련해 별로 상관도 없는 KBS 이사의 제주도 술자리를 특종 보도한 종편이기에 케이블 업체에 부는 8VSB 허용 논란은 대형 케이블 사업자에게 조금 색다른 기분일 것이다. 그래서 종편도 종편이지만, 대형 케이블 사업자들의 자판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