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신료 협상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던 KT 스카이라이프에게 수도권 HD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강력한 대응을 천명한 SBS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먼저 한 발 양보했다. 지난달 SBS가 KT 스카이라이프에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자 방통위가 나서 양측에 시청자 보호 대책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발송했고, 이에 SBS가 시청권 보호라는 큰 틀 아래서 방송 송출 중단을 백지화한다는 사실을 방통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양측이 중단되었던 재송신료 협상의 물꼬를 간신히 트긴 했지만, 재송신료 280원에 대한 합의 후 실제 재송신료를 납부해야 하는 가구 숫자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양측은 실질적인 재송신료 납부 가구수에 대한 대승적 의견합일에 애를 먹고 있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디지털 전환의 원년부터 수도권 HD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라는 평가와 함께 “지금까지 종종 있어왔던 지상파 재송신 중단의 주체가 플랫폼 담당자인 유료 방송이었던 반면에 이번 블랙아웃 위기는 콘텐츠 제공 담당자였다”며 “재송신료 협상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격”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들은 “SBS는 거의 해당 사항이 없지만, 이번 사태는 방통위의 지상파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안 불발의 여파가 향후 미디어 정국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을 암시하는 현상이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최근 발의된 김장실 의원실의 유료 방송 지원 특별법이 사실상 클리어쾀 TV 활성화를 원안 그대로 가져가는 대신,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부분을 방통위 권고 사항으로 수위를 낮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SBS-KT스카이라이프의 재송신료 협상이 280원이라는 금액이 아니라 재송신료 면제 숫자에 방점이 찍힌 것을 보면 앞으로 다른 지상파와 유료 방송의 재송신 협상도 비슷한 추이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이들은 “유료 방송 지원 특별법 중 저소득층 재송신료 면제 부분이 권고 사항으로 약화되긴 했지만 이를 빌미로 유료 방송이 실질적인 저소득층 지원 여부와 280원이라는 금액을 내리는것 보다는 ‘재송신료 면제 숫자’에 포커스를 맞춘 재송신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