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을 논의했으나 상임위원들의 주장이 엇갈리며 결국 해당 안건에 대해 잠정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날 방통위는 뉴미디어정책과가 제안한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여부를 두고 격론을 펼쳤다. 이에 상임위원들은 기존의 4개안 중 지상파 무료 의무재송신 범위를 KBS2까지 확대하는 A안과 KBS2와 MBC까지 확대하는 B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했으나 서로간의 입장차이만 재확인하는 선에서 안건은 결국 보류되었다. 당초 뉴미디어정책과는 KBS1과 KBS2가 지난 1991년 종합유선방송법 제정할 당시 의무재송신 대상이었으며 KBS1과 KBS2는 회계분리가 안 돼 있는 국가 기관방송이고,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과의 재송신 협상 결렬로 송출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채널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했었다. 그리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KBS의 재정상태 악화 지적에는 수신료 인상 가능성을 통한 우회적 보완을 강조했다. 물론 공-민영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MBC도 일단 의무재송신에 포함시키는 B안도 고려대상 이었다.
그러나 상임위원들의 반응은 극명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2002년 KBS 스스로 KBS2도 의무재송신 돼야한다고 주장한적이 있으며 국가방송 및 재난방송의 위상이 그때와 지금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무재송신 확대에 찬성한다고 밝혔으나 이에 대해 양문석 위원은 “수신료 현실화 해결 없는 의무재송신은 재원에 흠을 내는 격이다”고 맞섰다. 또 의무재송신 확대가 좌초할 경우 지상파-유료 방송의 재송신료 분쟁에 따른 블랙아웃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 김충식 부위원장은 “시청권 보장을 위해 의무재송신 확대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양문석 위원은 “블랙아웃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수신환경에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에 홍성규 위원은 “의무재송신 확대를 하지 않으면 블랙아웃의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KBS2를 의무재송신에 포함시키면 KBS의 재정악화도 심각해 질 것”이라며 “의무재송신이 확대되더라도 수신료 인상 문제가 함께 논의가 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또 새롭게 방통위에 합류한 김대희 위원은 “의무재송신 범위를 확대하더라도 재송신 대가산정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 없다면 또 다시 시청자들은 블랙아웃에 빠질 것”이라며 의무재송신 확대와 그 이후의 사태에 대해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편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안 잠정 보류 사태를 두고 “지상파는 물론 유료 방송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는 유료 방송에 의한 대대적인 시청권 박탈 사태가 발생한 이후 기본적인 블랙아웃 사태를 막아보자는 방통위 재송신 제도 개선 연구반의 역할이 미비했음을 질타하는 한편, 확고한 가이드 라인 부재를 지적하는 것이다. 동시에 전문가들은 “일각에서는 KBS2가 무상 의무재송신에 포함되고 MBC가 유상 의무재송신에 포함되는 안이 지상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이는 김인규 KBS 사장 연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수신료 인상이 KBS가 의무재송신에 포함되면 쉽게 가능할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일 뿐이다”며 “지상파 입장에서는 향후 유료 방송과의 재송신료 협상에 있어서 확고한 정책적 우위를 가져가려면 KBS2가 의무재송신에 포함되는 것이 악재다”로 진단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블랙아웃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방통위는 지상파의 지적 재산권 보호를 통해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보여주는 한편, 유료 방송은 당장 재송신료 협상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주장하는 유료 방송이 미디어 공공성 및 보편성의 가치보다는 지상파와의 재송신료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정치적으로 해당 사안에 접근하고 있음을 꼬집는 것이다. 지상파 의무재송신 현안 자체가 재송신료 협상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가들은 의무재송신 확대가 시청자의 시청권을 완벽하게 보장하는 ‘마법사의 돌’이 아니며, 오히려 유료 방송 사업자의 이득만 보장할 뿐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
이에 앞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방통위 전체회의를 하루 앞두고 성명서를 발표해 유료 방송의 이권을 보장해주려는 방통위의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 방안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8일 오전 9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지상파 의무재송신 확대를 백지화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