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서비스를 준비 중인 지상파 DMB 서비스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하며 또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지상파DMB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년간 판매된 지상파 DMB 누적 단말기 대수가 7000만 대를 넘어섰지만 보급률과 상관없이 광고 매출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중계로 지상파 DMB가 호황을 누려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50% 줄어든 11억4천500만 원의 광고매출을 기록해 광고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0년대 초중반 ‘손 안의 TV’로 불리며 등장한 DMB는 디지털 방송 기술을 이용해 이동 중에 TV, 동영상, 라디오, 문자방송 수신이 가능토록 만든 순수 국내 기술로 다양한 산업적 파급효과는 물론 기술 수출 기대까지 한 몸에 받았었다. 하지만 무료 방송 서비스라는 한계를 넘지 못한 채 가입자 수는 점점 내리막길을 걸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비슷한 서비스이지만 끊김 없고 화질 좋은 N-스크린 서비스가 등장하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상파 DMB 관계자들은 “지상파 DMB 서비스 자체가 스마트폰이 아닌 과거 피처폰에 최적화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이 때문에 지상파DMB특별위원회가 ‘고화질 하이브리드 DMB 기술’을 적용한 DMB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8월 지상파DMB특별위원회는 기존 DMB가 지원하던 320×240(QVGA급) 화소를 640×480(VGA급) 화소로 끌어올려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고화질로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조만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KBS를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경기도 양평군(용문산)과 파주시(북가막산) 일대에서 N-스크린 서비스에 버금가는 화질을 자랑하는 AT-DMB 시험방송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AT-DMB 서비스를 시작하면 화질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상파 DMB의 가용채널도 비디오 채널 28개, 오디오 10개, 데이터 14개 등 지금보다 각각 2배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11월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를 중심으로 ‘AT-DMB 기술기준 연구반’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지상파 DMB용 무선설비 기술기준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DMB 매출실적은 여전히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고 지상파 DMB 관련 장비업체들 역시 대부분 도산해 과연 고화질 DMB 서비스 시작으로 지상파 DMB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난방송 의무화도 이 중 하나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지상파 DMB의 재난방송 의무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나 회기 내에 법안 처리가 무산돼 재난방송 의무화는 장기간 표류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지상파 DMB의 경우 재난 취약 지역인 지하철이나 지하터널 등에서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재난방송에 가장 적합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법적인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학계에서도 지상파 DMB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DMB는 일종의 무료 보편 서비스로 활용도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에도 지상파 DMB와 비슷한 서비스가 있는데 우리나라와 달리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이를 참고한다면 지상파 DMB 시장이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봉재 지상파DMB특별위원회 사무국장 역시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지상파 DMB의 유일한 수익 창구는 광고 매출밖에 없는데 매체가 점차 증가하면서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 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서비스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난 4월 일본의 경우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결합한 새로운 모바일 방송 NOTTV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 서비스는 실시간으로 고화질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 만화, 게임 등 원하는 콘텐츠를 폰에 저장했다가 이용할 수도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면서 “지상파 DMB 자체가 방송의 연장선으로 ‘무료 보편적인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는데 주파수 지원을 비롯한 정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시청자 복지를 확대할 수 있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현재 지상파 DMB 업계는 이번 고화질 기술 적용으로 지상파 DMB 방송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N-스크린 서비스 등 동일한 모바일 TV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는데 이번 화질 개선으로 새로운 서비스에 맞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개발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상파 DMB는 여전히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위기가 우세해 업계의 관심은 정부의 정책 지원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