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하 “가속이 붙은 거대한 변화에 올라탄 지금, 준비가 필요해”
장동선 “인간을 정의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연결성”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방송기술교육원이 ‘혼돈의 시대, 생존전략’을 주제로 제9회 KOC 2022를 개최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처음 언급된 2016년 세계경제포럼 이후, 우리 사회는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로봇과 인공지능(AI) 등의 정보통신기술(ICT)이 많은 곳에 빠르게 스며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술인연합회와 방송기술교육원은 “이번 KOC에서는 ICT의 빠른 기술 변화에 따라 가중된 혼돈 속에서 우리가 어떤 준비를 해야 생존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종하 기술인연합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인류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산업혁명 이후 많은 사회 변화가 일어났고, 그 이후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시대를 구분하는 하나의 명칭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기술은 같은 속도로 발전하지 않는다. 어느 시기를 기점으로 급격한 발전이 이뤄지는데 지난 100년 동안의 기술 발전이 그 이전 인류가 이룬 발전보다 클 수 있고, 앞으로 10년에 대한 변화 역시 단순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가속이 붙은 거대한 변화에 올라타 있는 지금 나만의 무엇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미에서 이번 KOC이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 강연자로는 ‘알쓸신잡2’, ‘어쩌다 어른’, ‘예썰의 전당’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동선 박사가 나섰다. 장 박사는 ‘디지털 시대,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디지털 시대가 무엇인지, 인터넷 다음 단계인 메타버스는 무엇인지,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른 AI를 비롯한 기계가 인간과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해 심도 깊게 이야기했다.
장 박사는 “AI의 가능성과 위험성이 다 언급되고 있는데 AI는 처음 나온 모드로 계속 가는 게 아니라 AI와 인간은 공진화(共進化)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박사는 먼저 디지털 시대에 대해 설명했다. 라틴어에서 비롯된 Digit는 숫자로 세어질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모든 것이 숫자로 세어질 수 있는 시대가 바로 디지털 시대다. 그는 “이제는 얼굴이나 움직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뇌 안에서 하고 있는 판단조차 디지털화할 수 있는데 과학자들 중에는 마음까지도 마인드 업로딩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언급했다. 많은 이들이 흥미롭게 들은 사례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이었다. 장 박사는 “당시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 있던 교수팀은 특정 지역에서 여성, 진보성향, 유색인종 등으로 그룹을 나눠 이들의 취향과 정치적 성향을 분석했고 이후 여성들에겐 빌 클린턴 스캔들 당시 힐러리의 행동에 대한 영상을, 진보성향에겐 부시 일가가 권력을 연속해 잡지 않는다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변화를 이끌었고, 유색인종에겐 저렴한 여행 프로모션 상품을 보여주면서 투표하러 가지 않는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창작의 분야에서도 AI의 침투력은 놀라웠다. 최근 미국 미술경연대회에서 AI가 그린 작품이 1등을 해 논란이 일었던 사건이 있었다. 장 박사는 “우리가 AI가 직업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이야기해왔지만 창작의 영역만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말에는 영상 제작 AI까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박사는 최근 ICT 업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다음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의 진화 단계를 살펴보면 1단계가 모니터, 키보드 등 유선으로 연결된 시기고, 2단계를 스마트폰, 앱 스토어, 무선 와이파이로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를 단순 가상현실 또는 게임 속 현실로 보기도 하는데 인터넷 역시 초반에는 지금처럼 광대한 범위가 아니었다. 메타버스 역시 광대하게 발전해가고 있는 중”이라며 “메타버스로 인해 세상의 판이 바뀔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장 박사는 “이런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이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건 ‘연결성’”이라며 “어떤 기계도 내 옆의 기계를 걱정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다른 인간을 인지하고 짐작하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만이 그 연결성을 바탕으로 사회 문화 안에서 진화하는 존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