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노조, “박근혜, 김재철 퇴진 약속했다”

MBC 노조, “박근혜, 김재철 퇴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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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재철 사장에 대한 방송문화진흥회의 해임안 부결 사태에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마저 김재철 사장 출석을 거부당하자 관련 미디어 정국이 급격하게 요동치고 있다. 동시에 파업 재개라는 카드를 꺼낸 MBC 노동조합의 행보가 빨라진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MBC 김재철 사장 퇴진을 약속했었다”는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MBC 노동조합은 1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월 20일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이 박 후보로부터 MBC 파업 사태 해결에 대한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노조의 주장에 공감하는 점이 있다. 조합이 먼저 파업을 푸는 게 바람직하다. 업무 복귀 후 모든 문제를 순리대로 풀겠다’는 박 후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당시 노조는 이 같은 이상돈 위원의 발언을 노조가 파업을 종료하면 박근혜 후보가 직접 MBC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는 ‘액션’으로 이해했다고 전했다. 즉 유력 대선후보이자 정수장학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의심받는 박 후보가 MBC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해 일정 정도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또 이러한 1차 메시지가 전달된 직후 6월 22일 박 후보는 배식봉사 직후 기자들 앞에서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노사가 서로 대화로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며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건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첫 번째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동시에 희망을 발견한 노조는 박 후보에게 MBC 사태 공개 언급, 여야 원내대표 수준의 합의 보장 등을 요구했으며, 이에 화답한 박 후보는 ‘노조가 명분을 걸고 들어오면 나중 일은 내가 책임지고 하겠다. 그렇게 하면 당을 움직일 수 있다. 내가 당을 설득하겠다.’는 2차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막후 대화가 진행된 직후, MBC는 170여 일을 끌어온 파업을 전격적으로 중단했다. 하지만 상황은 노조가 약속받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14일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가 MBC 노조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넉 달이 지난 지금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의 입장을 바꾸어 버렸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해 박근혜 후보의 메신저 역할을 담당한 이상돈 위원은 15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승적으로 풀면서 자신(박 후보)도 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얻어 전달한 적은 있지만,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직접 명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MBC 선배급이 미래를 걱정하고 문제 사태 해결을 좀 도와주실 수 있으면, 자신들이 노조를 설득해 파업을 풀도록 노력하겠다는 걸 (박 후보께) 전달해 드렸다. 그리고 박 후보로부터 원론적 답을 얻어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리하자면 자신은 박 후보의 메시지만 단순히 전달했으며 MBC 상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을 뿐,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한 부분은 명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김재철 사장 퇴진은 방문진 이사진이 잘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김무성 선거총괄본부장이 방문진 이사에게 해임안 부결 압력을 넣었으며, 여기에 박 후보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박 후보가 그런 지시를 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방문진 이사진이 정상적으로 의사결정을 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전 박 후보가 MBC를 정상화하기 위해 그런 언급을 한 것은 잘못된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박근혜 대선후보의 ‘메시지 관리 전술’이 만든 대표적인 정치적 참극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꼼꼼하게 정리된 메시지를 치밀한 전술 아래 상대방에게 풀어내는 박 후보 특유의 정치 공학적 접근법이 이번 노조와의 ‘김재철 사장 퇴진 합의설’에도 반영되었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MBC 파업이 한창일 때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메시지를 벼랑 끝에 선 노조에 전달하는 한편, 이를 2차에 거쳐 간결한 메시지로 정리해 결론적으로 노조를 기만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MBC 사태를 정치공학적인 방법으로만 접근하는 새누리당의 속내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