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시청권을 무시하는 이들
최근 국회에서 ‘유료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안’을 준비한다고 한다. 동시에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이에 보폭을 맞추어 관련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모두의 이익을 보편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무료 보편의 미디어 가치를 포기하고 노골적으로 특정 사업체의 ‘뒤를 봐주는’ 비루한 타협일 뿐이다. ‘보편적 시청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처사임과 동시에, 산술적인 디지털 전환 통계 수치에만 급급한 성급한 정책 결정이다.
전 국민 유료 케이블 디지털 전환을 원하는가
물론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통한 발전된 미디어 패러다임 구축이라는 대의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동시에 그 동안 난시청 해소 및 직접수신률 제고 노력에 있어서 전력을 다하지 못한 지상파 방송사의 실수도 분명히 인정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나간 어두운 과거’가 아닌 ‘다가오는 밝은 미래’를 준비하는 디지털 전환 정국이다. 그리고 이 엄청난 미디어 대격변의 시대에 지상파 방송사는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디지털 직접수신률 제고를 위해 막대한 예산을 책정하고 있으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구현을 통한 공공의 미디어 가치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 대해 정부, 특히 방통위는 철저히 엇나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난시청 해소로 쓰여야 하는 공공의 자원인 주파수를 통신재벌에 할당하려 하는가 하면 자사의 수익 감소를 이유로 다채널 서비스에 반대하는 케이블 업체의 입김에 속절없이 휘둘리기만 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디지털 전환의 ‘핵심’을 아예 유료 방송에 맡겨버리는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을 추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바른 디지털 전환은 무료 보편의 가치를 내재해야
국회는 물론 방통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시청권을 온전히 지키고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돈을 내고’ 방송을 보게 만들려는 셈이다. 분명히 잘못된 행태다. 지금이라도 국회와 방통위는 국민에게 ‘무료 시청권’을 보장하는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단지 산술적인 디지털 전환율을 올리는 것에 급급해 전 국민을 유료 방송의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면 먼 훗날 엄청난 재앙이 닥칠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그 재앙의 가능성은 케이블 업체의 탐욕에서 기인한 ‘지상파 재송신 중단’ 사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디지털 전환은 미디어 공공성 확대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무료 보편의 미디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논의해야지 특정 사업체의 이익을 보장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그 실질적인 예가 바로 ‘업계 자율화’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방통위에 의해 승인된 ‘클리어쾀 TV’다. 이 ‘클리어쾀 TV’는 비교적 쉽게 디지털 전환을 이룬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디지털 전환의 올바른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절름발이 디지털 전환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기술은 국민을 저가의 아날로그 상품에 종속시켜 종국에는 케이블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시한폭탄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 클리어쾀 논의에 있어 케이블 외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의견이 무시된 점은 케이블-방통위의 유착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다. 강조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제일의 가치는 미디어 공공성의 확대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케이블 업체의 이익을 위해 방통위가 발 벗고 나서는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뜻이다
–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유료 방송 디지털 전환 지원 로드맵을 포기하고 무료 보편의 미디어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에 매진하라
– 방통위는 지금이라도 무료 보편의 지상파 디지털 전환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라
2012년 11월 5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