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베끼고 ‘우영우’ 몰래보고…해결책은 없나 ...

‘대장금’ 베끼고 ‘우영우’ 몰래보고…해결책은 없나
“‘한국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의 확산이 제일 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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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중국 드라마 ‘진수기’는 ‘대장금’을 베꼈다는 의혹에 휩싸였고, 최근 국내에서 흥행하고 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중국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유통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부터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까지 콘텐츠 산업 전반에 표절과 불법 유통이 판을 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 한한령을 내세우고 있는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를 깨기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드라마 ‘진수기’는 4월 7일부터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방영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비스하지 않아 시청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방영될 경우 부정적인 반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진수성찬에 대한 기록’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의 이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황궁에 들어간 뒤 뛰어난 요리 솜씨로 태자의 눈에 들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대장금’의 줄거리와 유사하다. 또한 이들은 한복과 유사한 의상을 입고 있고, 삼겹살과 쌈을 중국 전통 요리로 소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선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우영우’가 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 네티즌들이 ‘우영우’를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보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우영우’를 전 세계적으로 유통하고 있지만 중국에선 서비스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중국의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 등 중국의 웹사이트에서 ‘우영우’를 검색하면 다시보기 영상을 제공하는 사이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불법 스트리밍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를 통해 “‘도둑 시청’도 어이없는데 자신들끼리 평점을 매기고 리뷰는 2만 건 이상 올렸다”며 “이젠 중국 당국이 나서서 단속하라”고 일갈했다. 서 교수는 지난 2일 베이지 동계올림픽 당시 올림픽 마스코트인 ‘빙둔둔’에 관한 지적재산권 보호 및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엄격한 단속을 진행한 것을 예로 들며 “중국 당국이 모르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안 해왔던 것”이라면서 “이제부터라도 중국은 다른 나라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학회와 국회의원 홍석준‧정필모 의원 공동 주최로 7월 28일 열린 ‘한중 방송‧영상 콘텐츠 문화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안’ 세미나에서도 중국 시장의 콘텐츠 유통과 관련된 내용이 논의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성순 배재대 교수는 “합법적 유통이 막혀 발생하는 당장의 손해보다 불법 유통이 만연해 생길 수 있는 ‘한국 콘텐츠는 무료’라는 인식의 확산이 더욱 큰 문제”라고 우려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유통 확대를 위한 국내 사업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리스크가 큰 중국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원동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한한령과 코로나로 인해 중국과의 모든 관계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리커버리’가 아닌 ‘리셋’의 개념에서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이태 저작권해외진흥협회 사무총장은 “해외 저작권 대응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합법적 유통을 확대해 현지의 콘텐츠 홀더가 적극적으로 현지에서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라 지적하며, “합법적 유통 활성화와 정책적 침해 대응이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은 “현재의 한중 상황에서 이 문제를 시장 사업자가 알아서 돌파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반민반관의 한중 문화교류협력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질서 있는 교류의 확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지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최근 중국의 콘텐츠 규제가 내용 규제를 중심으로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한한령이 완화되더라도 여러 문제요소가 남아있다”며, “산업적 측면에서 중국 내수 시장만을 겨냥하는 협업보다는 중국을 포함하는 시장 다변화에 대한 전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