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다윗과 골리앗’ 싸움 ...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다윗과 골리앗’ 싸움
“당사자 간 합의 중요하지만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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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 싸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6월 9일 오후 ‘공정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생태계: 당면과제와 해결방안 모색’을 주제로 개최한 특별대담에 참여한 로슬린 레이튼(Roslyn Layton) 덴마크 올보르대학 박사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법정 싸움을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교하며 “넷플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전 세계 ISP들이 SK브로드밴드 사례를 보며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네트워크를 타게 되면 큰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다른 서비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대역폭을 차지하고 부하를 발생시키고 있다면 당연히 비용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SK브로드밴드는 한국에서 2,3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500만 명의 가입자를 위해 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2021년 9월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폭증했다.

또한 넷플릭스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DVD를 우편으로 판매할 때는 분명 배달 서비스에도 비용을 지불했다”며 “그런 넷플릭스가 망 이용에 대한 비용을 내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가 지난 2차 변론에서 들고 나온 ‘빌 앤 킵(Bill and Keep)’ 원칙에 대한 반론도 제기됐다. 당시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는)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국내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는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며 “세계 통신 시장의 거래 관행상 하위 계위 통신사가 상위 계위 통신사에 상호접속료를 지불하고, 같은 계위 간에는 지불하지 않는 ‘빌 앤 킵’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빌 앤 킵’은 초창기 통신 시장에서 나온 개념으로 사용자가 통화를 하면 다른 통신 사업자 망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데, 통신사 간 트래픽 발생량이 비슷하니 ‘무정산’을 하자는 것이다. 이는 같은 ISP간 이뤄지는 것으로 넷플릭스의 주장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CP가 아닌 ISP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ISP라면 오픈커넥트(OCA)가 오히려 망 중립성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OCA는 넷플릭스만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사업자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만약 넷플릭스가 ISP라면 망 중립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도 “ISP가 도로(인터넷 망)에 특정 업체의 트래픽을 먼저 가도록 조작하는 대가로 비용을 더 받는다면 망 중립성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넷플릭스의 사례는 SK브로드밴드가 ‘도로를 넓혀주는 것’과 같기에 다르게 봐야 한다”며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당사자 간 합의가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로슬린 레이튼 박사는 “가능한 당사자들 간 선의로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책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며, 현재의 행위는 공정하지 않다는 점을 넷플릭스가 인정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전문위원 역시 “인터넷 시장은 소송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협상과 합의로 이뤄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도 “사업자의 유연한 협상을 유도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