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전체회의를 통해 지상파 방송사의 방송시간 자율화를 의결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상파 종일방송을 통한 무료보편적 미디어 서비스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경제적 지위가 약해지는 것을 두려워 지상파 종일방송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종합편성채널 및 유료매체와 함께, 지상파 내부에서도 지상파 종일방송의 폐혜를 지적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물론 종편과 유료매체는 종일방송이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구현하는 대신 자신들의 사업적인 이익을 줄어들게 하기 때문에 반발하는 것이지만, 지상파 내부의 주장은 이들과 온도차가 다르다. 이들은 종일방송 자체는 환영하지만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바로 종일방송이 더욱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기술 인력 및 시설의 보강’이다.
KBS 방송기술인협회(회장 문명석)는 최근 지상파 종일방송과 관련된 성명을 발표하며 “종일방송은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가 유료방송과의 매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Korea View)와 함께 방통위에 요구해 온 사항이다”라며 “(지상파 종일방송은) KBS 방송기술인들이 지상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재의 방송 여건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고 전했다. 이어 협회는 “현재의 제작, 편집, 송출, 송신 장비와 시설들은 방송시간 자율 운용 이전에 맞추어 구축 운용되어 왔다. 방송시간 자율 운용 이전에 늘어나는 방송시간에 맞추어 제작, 편집장비와 시설 보강이 절실하다”고 주장하며 자율방송에 앞서 방송사 기술 인력 및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즉 종일방송이 가능하려면 그에 걸맞는 장비 지원 및 인원 확충이 필수인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핵심 전제’없이 무작정 자율 방송을 시작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사실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사는 기술 인력 지원 및 장비 보강에 대해 인색했다. KBS 기술인협회에 따르면 방송기술인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인력을 감축해 현재는 1997년 대비 24%가 줄어든 상황이다. 또 최근 5년간 평균 퇴직 인력은 연 60명이지만 신입사원 충원은 연 23명꼴로 퇴직 대비 신입충원은 3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고질적인 인력부족으로 인해 웃지못할 일도 벌어졌다. 신입사원이 발령나면 여러 부서에서 더욱 많은 인력을 충원받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는 일은 예사일이요, 뉴텍본부 기술운영 부서에 기술부문 부서장들과 노조 지역지부장들이 문전성시를 이뤄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기도 했다.
여기에 지상파 종일방송이 시작되면 인원이 더욱 부족한 지역 방송사의 경우 저임금의 외부 인력들이 대거 방송업무를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종일방송에 대비해 방송사 측이 인원을 보강하고 장비를 지원하는 대신, 저임금의 외부 직원들을 대량 고용해 업무 공백을 막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심각한 방송 사고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상파 종일방송은 미디어의 무료 보편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인 ‘부족한 방송 기술 인력 및 장비’ 충원이 없는 종일방송은 오히려 방송의 질을 떨어트리고 신뢰도가 저하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