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국립전파연구원은 9월 3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제20차 한일 정부간 위성망 조정회의에서 천리안 위성을 대체할 정지궤도복합위성 주파수와 관련해 2GHz 이하 대역을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양국은 회의에서 8/18/25 GHz 대역 등 주로 대용량 데이터 전송에 주로 쓰이는 주파수의 간섭 발생 가능성과 간섭량 등의 정보를 서로 긴밀하게 교환하고 그 간섭을 줄이는 기술 방안을 지속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한일 양국 회의결과를 바탕으로 주파수 간섭에 대해 양측이 일정정도 합의를 봄에 따라 자연스럽게 1.8과 2.6GHz 대역 주파수의 빠른 경매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SK 텔링크가 주도하던 위성 DMB 사업이 전격 종료되며 2.6GHz 대역 주파수가 매물로 나오고, 또한 군용으로 활용되던 1.8GHz 대역 주파수도 방통위와 국방부의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사실상 주파수 매물로 나올 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두 주파수의 동시 경매 가능성이 수면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주파수가 경매로 나온다 해도 한일 양국간 혼선 문제가(특히 2.6GHz) 걸려있기 때문에 그리 쉽게 경매가 결정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 ‘분석’이 지금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한일 양국이 주파수 간섭에 대해 일정정도 합의를 본 인상 이제 매물로 나온 두 주파수 대역의 경매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LTE 확충에 사활을 걸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두 주파수의 동시 경매 가능성을 원하기 때문에 방통위의 유연한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변수는 LTE 주파수 대역 논란과 향후 미디어 패러다임의 충돌이다.
우선 LTE 주파수 대역에 대한 논란이다. 현재 KT가 1.8GHz 대역 주파수를 LTE 용으로 확보해 서비스 중이며 900MHz 대역 주파수도 확보한 상태다. SK텔레콤은 서울 일부 지역에서 활용하는 멀티 캐리어 방식으로 1.8GHz를 서비스하고 전국적으로 800MHz 대역 주파수를 확보했다. 그리고 LG유플러스는 800MHz과 2.1GHz를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2.1GHz 대역 주파수를 포함한 1.8GHz(군 용)과 2.6GHz(위성 DMB) 대역이 차기 국내 통신사의 LTE 대역으로 포함될 조짐을 보이며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이는 북미 지역의 사정과 유럽의 사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북미 지역의 경우 애플의 뉴아이패드 기준 700MHz 대역과 2.1GHz 대역 주파수를 LTE로 활용하고 있으며 유럽은 1.8GHz과 2.6GHz를 LTE로 지원한다. 즉 양측이 묘하게 다른 주파수를 LTE로 지원하는데 국내 통신사의 경우 출시가 임박한 아이폰 5의 LTE 기능이 국내와는 다르기 때문에 700MHz를 제외한 2.1GHz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경우 2.1GHz 대역 주파수를 확보한 통신사들이 아이폰 5에 있어서는 유리하게 된다. 특히 북미의 애플이 각 지역에 맞는 LTE 용 단말기를 출시할 확률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통신사들 모두 각각의 상황에 대비한 ‘북미발 쇼크’에 대비 중이다.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과연 ‘북미발 쇼크’ 때문에 방송용 핵심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LTE 용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있다. 비록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가 LTE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활용한다고 해도 유럽의 경우 700MHz 대역 주파수는 LTE 용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애플이라는 사기업에 국내 주파수 대역이 무리한 변화를 꾀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번 한일 위성망 회의 결과로 주파수 간섭에 대한 부담을 털어낸 2.6GHz 대역 주파수를 중심으로 나머지 매물인 1.8과 2.1GHz 대역 주파수의 올바른 LTE 서비스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방송용 주파수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싼 미디어 패러다임의 충돌도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한일 위성망 조정회의는 인접해 있는 양국이 주파수 대역 혼신을 위한 ‘일종의 정리 작업’이라는 표면적인 성과 외에도 향후 주파수 동시 경매 가능성을 더욱 높혔다는 점과 그에 따른 LTE 주파수 대역 국내 활용에 대한 논의에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또 더 나아가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싸고 공공의 이익을 내세운 지상파와 주파수 탐욕으로 눈이 ‘뒤집힌’ 통신사의 격렬한 전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