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V 2012 참관기

[기고] BIRTV 2012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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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중 방송기술저널 편집위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각 사별 협회를 중심으로 2012년 8월 22일부터 나흘간 중국 북경에서 개최되는 BIRTV에 참관하여, 중국의 방송 산업 현주소를 살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BIRTV는 중국 베이징에서 매년 개최되는 ‘국제 라디오, TV 및 영화 장비 전시회(Beijing International Radio, TV & Film Equipment Exhibition)’로 중국 내 라디오, 영화, TV업계가 참여한다.

다소 낯설기도 할 테지만, 한자 문화권이자 이웃 나라인 중국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부이(푸이)를 마지막으로 중국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화민국의 줄임말이기도 하다. 그 결과, 현재까지 정치 지배구조와 국가 운영이 사회주의 체제를 따르고 있으나, 1976년 덩샤오핑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도입함에 따라 시장 사회주의라는 독특한 운영체제를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이번 BIRTV 전시회에서도 이와 같은 특수 경제체제에 기인한 산업화와 (중국) 국산화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15년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앞둔 중국의 방송 산업은 이미 케이블TV와 IPTV, 모바일방송(CMMB)가 체계적으로 정착한 단계이다. 국가의 통제아래 체계적으로 방송 산업 발전과 콘텐츠 제작, 교류가 이뤄지는 관계로 실제 CCTV는 프로그램 제작 외에도 타 방송 프로그램을 지상파와 위성으로 송출 대행하거나, CCTV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거화케이블TV와 China Mobile에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아울러, 아날로그 기반의 방송 인프라를 갖춘 CCTV는 2008년 디지털 신청사 준공을 앞두고, 불의의 화재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방송장비 대부분을 국산화하려는 계획을 실행하게 되었다.

세계 유수의 방송장비 제조사를 뒤로하고 각종 송출시스템과 넌리니어(Non-Linear) 편집장비 등의 인하우스(In-House) 제작시스템의 국산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방송 장비에 대해 근본적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현지 환경에 맞는 솔루션 커스터마이징 기술은 놀랄만한 수준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결국, Sobey나 CDV, 대양과 같은 중국 내 대형 방송장비 전문 업체가 성장하였고 이제 이들의 리드하에 중국의 방송 산업이 좌우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의 경우,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는 2012년 이후 방송관련 산업의 활로에 제약이 있어 중국으로 진출코자하나 현지화로 인해 시장에 경쟁자로 뛰어들 여력이 없음)
더군다나 방송 제작인프라는 물론이고, 전송체계, 단말기 까지 중국 내에서 생산과 소비가 완성될 수 있는 커다란 내수시장을 갖고 있고, 각각이 중국 정부의 계획경제 아래에 있어 유기적인 협력이 가능하고 단일 기술표준 적용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제고한다면 빠른 미래에 세계적인 방송 기술력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허황된 일은 아닐 것이다.

중국 또한 모바일은 물론이고, 하이브리드TV, 스마트TV와 오디오 전송을 망라한 웹기반 콘텐츠 전송(Web-based Contents Delivery)이 최근의 주요한 이슈이다. 더불어 2011년 런칭한 3DTV는 콘텐츠 제작은 물론이고 Display의 폭발적 성장을 주도하였다.
다만, 전문인력의 부재-숙련된 전문인력 양성은 기간의 문제와도 큰 연계성이 있음-와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저하로 콘텐츠 가치의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또한 세계적 추세에 걸맞게, Multi media와 Hybrid Network을 이용한 신규 서비스 개발과 파일기반 제작, 송출 워크플로우 도입은 물론 Cloud Service, Data방송 등 최신 방송기술을 적용하려는 노력이 많았으나 완성도나 세련미가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발전 가능성은 여전하다.
선진 기술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물론이고 인구만큼이나 많은 국내외의 고급 인력 양성, 그리고 중국내 반입된 기술의 현지화를 위한 열의-단순 모방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와 커다란 내수 소비시장이 이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겠다.

현재의 눈으로 보았을 때 한국과 비교해 5년 가량 뒤쳐져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의 미디어 산업은 다소 어설프게 평가될 수도 있지만, 그 규모와 추월 속도는 주변 국가는 물론이고 방송 산업의 선두주자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적잖이 긴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무궁한 잠재력을 갖춘 중국의 방송전시회가 너무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과 외국 참가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현지어(중국어)로만 진행되거나, 컨퍼런스 룸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고, 전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할 전문 인력이 없다는 점 등 국제전시회의 위상과 기술 발전 가능성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다는 반증이기도 한데, 내년에는 보다 세련된 행사 진행과 자신감을 갖춘 BIRTV 2013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