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문제 또다시 수면 위로

수신료 문제 또다시 수면 위로

667

“통신요금은 월 15만 원 가량을 지불하면서도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약간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 지난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KBS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면서 약간의 수신료 부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수신료를 강제납부 방식으로 부담하고 있는 프랑스나 물가연동제가 자동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영국과 비교해 볼 때 시민의식의 결여 아니겠는가.”

9월 3일 ‘방송의 날’을 맞아 지난달 3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멀티플랫폼 환경에서 공영방송 서비스 혁신 방향’이란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정윤식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멀티플랫폼 시대 공영방송의 역할’이란 발제를 발표하면서 KBS의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 시청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기본적으로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참석자들은 멀티미디어 시대로 접어들수록 공영방송의 역할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들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며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배적이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제도는 존속되어야 하고, 공영방송이 사회 미디어 전반의 이념과 운영의 좌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멀티플랫폼 시대에도 공영방송이 양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중심미디어로서 서 있기 위해선 재정기반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공영방송의 재정인 수신료 인상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문제는 매년 이슈가 되고 있지만 여야 간 힘겨루기가 팽팽해 매년 논의 자체가 물거품이 돼버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윤식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꼬집으며 미디어 빅뱅 과정을 거치면서 공영방송과 지상파 방송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데 그 이면에는 바로 재정상의 문제인 ‘수신료’가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면서 광고를 축소한다면 MBC와 SBS, 지역민방에 ‘흘러내림 효과’가 나타나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의 질적 성장이 나타날 것인데 수신료가 30년째 동결상태이며 여기에 기업들의 광고비마저 축소지향적 모습을 보여 공영방송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공영방송 수신료는 1981년 이후 30년 동안 월 2,5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영국은 칼라TV 시절보다 216.3%, 흑백TV 시절보다 226.7%, 일본은 58.5%가 상승했다. 영국과 일본은 수신료 책정에 있어 물가수준을 고려하고 있는데 국내 수신료는 물가상승 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실질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일본의 수신료는 19,962원, 영국은 21,688원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8~9배에 해당한다.

이에 토론에 나선 윤석민 교수와 정윤식 교수는 수신료 인상 추진을 위한 수신료산정위원회나 공영방송위원회와 같은 제도 도입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독일의 경우 수신료의 정치적 성격을 고려해 수신료 80%, 광고 20%의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데 우리도 독일이나 영국과 같이 75~80% 선에서 수신료를 재원으로 하고 나머지는 광고, 또는 기타 수입으로 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수신료 인상 과정에서 공정성 등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방송법을 개정해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배제된 수신료산정위원회를 설치해 여기에 수신료 정책을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BBC 트러스트와 같은 별도의 규제기관으로서 공영방송위원회가 설립된다면 KBS와 EBS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닌 공영방송위원회로부터 독자적 규제와 감독을 받게 됨으로써 공영방송만의 지위와 위상을 확보해 중심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낮은 수신료 탓에 공영방송 콘텐츠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는 의견과 이와 동시에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의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전체적인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수신료 인상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학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0년간 동결돼온 공영방송 수신료에 대한 시청자, 시민단체, 정치권의 관용이 필요하다는 교감이 이뤄지면서 수신료 인상을 재추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신료 인상 문제가 다시 한 번 미디어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