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 운영 규정을 제정하면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양승동 전 KBS 사장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4부(양형권 부장판사)는 2월 14일 양 전 사장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양 전 사장이 취업 규칙 불이익을 변경하는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유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진미위) 운영 규정 13조는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운영한 것이 맞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원심의 판단”이라며 “당심도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KBS의 3개 노조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3노조인 KBS 공영노조는 양 사장 취임 후인 지난 2018년 KBS 정상화를 위해 출범한 진미위가 운영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동의를 충분히 구하지 않고, 보복성 징계를 했다며 양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진미위 운영 규정이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근로자의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노조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는 점에 비춰 피고인에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150만 원보다 2배 높은 3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 결과에 대해 KBS는 “이번 재판은 ‘진미위 규정’ 제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은 것일 뿐, 규정의 전체적인 정당성을 부정하거나 이후 인사위원회를 거친 징계절차가 무효라는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 뒤 항소했으나 2심에서도 벌금형은 유지됐다.
재판부는 “근로조건 변경에 관해 노조 청취만 하고 사내게시판 의견 적시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운영 규정 변경에 근로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내변호사나 외부 법무법인 요청 당시 논란이 될 특정 쟁점 관련 법률의견 요청을 할 뿐 이 사건 운영규정 전체의 법률규정을 든 것 같지는 않다”며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