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미디어 산업의 규제 체계를 올바르게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문을 기준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자본 성격에 따른 구분과 분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월 1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정책 진단: 거대 자본의 성장과 노동의 파편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해 언론노조는 △미디어 자본 규제 △미디어 노동시장 규제 △공영방송·언론 개혁 △미디어 민간자율규제 △시민의 미디어 기본권 보장 △미디어통합규제기구 설치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제20대 대선 대통령선거 6대 정책과제’를 의결했으며, 이번 토론회는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자리이다.
발제를 맞은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미디어 시장은 확대되고 글로벌 미디어 자본까지 진입하고 있는 국면이었지만, 문재인 정부는 신문과 방송뿐 아니라 미디어 정책 전반에 대한 정책 방향조차 설계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평가했다.
이어 “결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 3사, 양대 포털과 CJ가 주도하는 미디어 시장에 막대한 진흥기금을 쏟아붓고 VR, AR 등 불투명한 시장의 디지털 콘텐츠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주어진 규제 권한 행사에는 소극적이었다. 반면 방통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 종편 재승인 심사, 태영 등 건설 자본의 방송 사유화 견제, 가짜뉴스 규제 등 정치적 쟁점이 되거나 부족한 재원으로 지원할 수 없는 사업계획만을 내놓았다”면서 “위축되는 공공성의 영역에는 규제를, 성장하는 미디어 자본의 영역에는 지원과 방임을 처방한 것이 문재인 정부 5년의 미디어 정책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실장은 미디어 시장 자본 분석의 오류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는 사업자를 규제 체제에 따라 기계적으로 구분하고 있어 실제 시장을 움직이는 자본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의 경우 사업자의 성격만 보면 IT 기업의 한 부분으로, 미디어와는 별개로 분류할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미디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미디어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움직이고 있는 국내 통신사도 마찬가지다.
김 실장은 이로 인해 “미디어 콘텐츠와 플랫폼이 통신 재벌과 대기업 자본의 종속 사업이자 결합상품을 위한 부상으로 전락했다”며 “규제 기관의 재구성을 위해서는 미디어 자본에 대한 분석을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성우 우송대 글로벌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발제 내용에 대해 “자본 성격에 따라 미디어 자본과 산업 자본을 구분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면서도 “구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자본에 의한 기업에 대한 평가”라고 말했다.
이어 “주어진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을 때 인센티브가 발생하고, 그 평가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구체적이고 투명한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올해를 ‘미디어 판갈이 원년’으로 삼고,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미디어·산업 자본의 분리, 미디어 노동의 차별과 불평등 완화, 미디어자율규제와 탈포털 로드맵을 통한 저널리즘 복원, 시민의 정보-콘텐츠 기본권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실행하기 위해 토론회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