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DMB 종료, 그리고 N-스크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 미디어의 등장으로 입지가 좁아진 ‘지상파 DMB’의 운명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동 방송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N-스크린 서비스들이 일반 대중에 의해 기존의 유료방송 매체, 즉 케이블 및 IPTV의 측면에서 쉽게 시장에 뿌리는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범용 N-스크린 서비스인 ‘pooq’의 조기정착과 CJ의 ‘티빙’ 강세가 ‘이동 방송 시장’의 맹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N-스크린과 같은 이동 방송 시장 플랫폼인 지상파 DMB의 경우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친척’격인 위성 DMB의 종료로 DMB 사업 자체가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며 마땅한 수익 모델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11개 비디오 채널과 30여 개의 오디오 채널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품질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지만 확실한 ‘먹거리’가 없는 것은 치명적이다. 지상파 DMB의 경우 광고와 채널 임대가 주 ‘먹거리’이지만 여기서 나오는 수익이 신통치 않은 것이다. 2011년 지상파 DMB 총 매출이 169억 원에 21억 원의 흑자를 내긴했지만 이는 ‘구조조정의 과실’이었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또 N-스크린 서비스로 대표되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공세도 지상파 DMB의 최대 난관이다. 태생자체가 ‘유료 서비스’를 표방하고 나선 N-스크린이 강력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시장 점유율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태생적 본질에 의해 지상파 방송사가 N-스크린 서비스에 진출하며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포기했다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이런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금전적 경쟁력’을 가진 N-스크린 서비스가 보다 지상파스러운 ‘지상파 DMB’에 현실적 우위를 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이러한 함의적 동의는 지상파 DMB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DMB가 위성 DMB처럼 역사속으로 속절없이 사라지리란 주장에도 이견은 있다. 우선 서비스 주체인 지상파 방송사의 상황인식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측은 ‘N-스크린 서비스’와 ‘지상파 DMB’의 서비스 영역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언급한대로 ‘N-스크린 서비스’가 VOD 서비스 위주의 온라인 유료 플랫폼이라면 지상파 DMB는 말 그대로 무료 보편의 서비스에 더욱 방점을 찍은 공공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물론 ‘먹거리’가 없는 지상파 DMB 서비스에 방송사가 얼마나 공격적인 투자를 할 지는 의문이지만 최소한 지상파 N-스크린에 쏟아지는 ‘반 무료 보편의 서비스’라는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지상파 방송사가 전격적으로 DMB 서비스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또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색다른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비록 모델 및 기기 업그레이드를 통한 눈에 보이는 향상 작업은 정체되어도, 방송통신위원회는 현재 ‘지상파 DMB 활성화’를 정책연구 과제로 선정하고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 종료 후 유휴 주파수를 지상파 DMB 품질 개선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리고 업계, 학계, 연구소 등으로부터 8월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이후 화질 개선, 새 수익모델 발굴 등 활성화를 위한 수행 과제를 정할 예정이다. 이는 무료 보편의 ‘이동 방송 서비스’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KBS가 특정 지역만 시청이 가능한 소출력 DMB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YTN은 경마장 소출력 DMB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상파 DMB의 고질적 문제인 화질개선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유원 DMB는 통신망을 결합해서 DMB 화질을 두배로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지상파 DMB를 ‘사양 사업’으로 단정하고 본질인 무료 보편의 서비스를 망각하는 지상파 방송사를 비판하고 있다. 이는 지상파 방송사가 N-스크린에 진출한 것을 두고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그리고 본지에서도 수차례 지상파 DMB의 위기를 논하며 이 같은 내용에 목소리를 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상파 DMB의 본질은 그러한 비판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매체다.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의 진화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