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오징어게임 위해 QC 논의할 시기”
10월 28일 방송회관에서 ‘콘텐츠 QC 세미나’ 열려
[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콘텐츠 QC(Quality Control)로 대표되는 제작 표준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10월 28일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 2층 코바코홀에서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방송기술교육원, KBS방송기술인협회 공동 주최 및 주관으로 열린 ‘콘텐츠 QC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김승준 KBS 테크니컬매니저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을 세계 최초로 송출하는 등 내용과 기술적인 부분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제작 표준이 여전히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QC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QC는 출력된 샘플이 요구 사항에 맞게 제작됐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제조사 제품의 표준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즉 드라마 등 콘텐츠에 적절한 HDR이 적용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유럽 등에서는 제작 가이드라인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변철호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2년 전 UHD 표준 동영상을 직접 제작한 적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변 회장은 “당시 영상을 만들면서 ‘8K 영상을 찍으면 최소 2기가 바이트의 저장용량이 필요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카메라마다 색이 다르고, 모니터마다 발현되는 부분이 다른데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 ‘불법 해킹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무엇이 있나’, ‘색보정 작업자들의 망막이 타는 경우도 있다 하는데 이런 경우 다른 대안이 있을까’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면서 우리나라에도 UHD 제작 표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세미나는 기술의 끝판왕인 해외 전문가들의 강연으로 구성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이제 제대로 된 제작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요하임 젤(Jochen Zell) ACES(Academy Color Encoding System) 부의장은 헐리우드에서의 ACES 워크플로우 적용사례를 언급하면서 “ACES는 콘텐츠 제작에 있어 촬영에서 캡처, 데일리 편집, VFX 마스터링까지 동일한 색상, 동일한 품질, 동일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아도 이시(Ado Ishii) 포트론 시니어 연구원은 일본은 RAW보다 12G 4W 등을 활용해 SDI 기반으로 실시간 녹화를 진행해 8K를 인제스트하고 그로 인해 RAW 파일에서 IMF 코덱으로 컨버팅하는 수고를 던다고 말했다. 동시에 HD급 프록시를 생성해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아도 이시 연구원은 “물론 RED사 캠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통상 트랜스코딩에 시간이 많이 소요돼 백업 등 워크플로우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부연했다.
EBU에서 ITU-R Working Party6을 이끌고 있는 앤디 퀘스티드(Andy Quested) 의장은 ‘EBU에서 바라본 영상 QC 체제의 문제점과 방향’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후 앤디 퀘스티드 의장은 최근 문제가 일고 있는 광민감성 발작 예방을 위한 강의를 이어갔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영상 등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뇌전증을 앓지 않는 평범한 아이 또는 성인들도 일시적으로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영국의 경우 이와 관련된 QC 목록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앤디 퀘스티드 의장은 “실제로 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문제가 벌어진 뒤에야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인지한다”며 광민감성 발작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가브리엘 칸틴(Gabriel Cantin) NAGRA NexGuard B2B 감독은 ‘포렌식 워터마크의 형태와 그 적용 방향’을 주제로 이야기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워터마크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했다. 김승준 KBS 테크니컬매니저는 “국내에서도 워터마크에 대한 이슈가 고조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최근 대형 OTT를 중심으로 다시 대두되고 있다”며 “원본 유출에서부터 유통 단계의 스트리밍 콘텐츠까지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좋은 수단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이강현 위지윅스튜디오 PD가 장식했다. 이강현 PD는 영화 ‘아가씨’의 HDR10의 변환 과정과 Technicolor의 QC 방법을 강의했다. 이 PD는 “이미 상영이 종료된 상황에서 전달받았기에 색보정 등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디졸브 HDR 변환 처리 △자막 타이틀 밝기 처리 △블로우업으로 할지 업스케일링으로 할지 여부 등 3가지 기술적인 이슈가 있었다”면서 결과적으로 HDR10으로 마스터링했고, 굉장히 많은 변환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강의가 마무리된 후에는 ‘한국의 제작 관행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승준 KBS 테크니컬매니저와 장형준 KBS 안동방송국 국장, 이강현 위지윅스튜디오 PD, 이동원 위즈온센 PD, 김현택 영화사 루이 대표 등이 참여했다.
이강현 PD는 “영화나 방송, 광고 등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QC를 위해서 모두 다 RAW로 찍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RAW는 색보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방송처럼 빨리 움직이는 환경에서 (굳이) RAW로 진행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호흡이 다른 부분을 생각해 영화나 방송 등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승준 KBS 테크니컬매니저는 “방송 호흡이 빠르다 하셨는데 (KBS의 경우) RAW는 고사하고 (오전에 찍은 데이터를 점심 때 전송하는) 고속전송이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러면 오전에 찍은 씬들에 대한 가편집이 오후에 제작진에 도달한다. 그럼 부족한 부분을 오후에 다시 찍는다. 이런 효율성 뒤는 RAW나 QC에 대한 것을 놓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김현택 영화사 루이 대표는 “사실 표준에 대한 논의는 (유럽에서) 10년 전부터 있었다”면서 “다들 관점이 다른데 넷플릭스의 경우 ‘최저의 퀄리티에서만 떨어지지 말아라’고, 디즈니는 ‘최고의 퀄리티에서 더 올라가라’ 이렇게 나눠 볼 수 있다. NHK나 BBC는 ‘자기네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지 말라’ 이런 느낌인데 이런 다양한 경우를 참고해 우리만의 기준을 정리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장형준 KBS 안동방송국 국장은 광민감성 발작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 국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3D는 우리 두 눈에 들어오는 시차를 이용하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양쪽 눈에 들어오는 영상이 좋지 않거나 변형 또는 왜곡됐을 때 어지러움, 구토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휴먼팩트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유럽은 처음 이야기가 제기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많은 부분이 정리됐는데 우리는 그런 부분이 너무 유행을 따라가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은 이게 몇몇 개인이나 기관의 노력보다는 국내 콘텐츠를 중심으로 표준을 정립하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연구하고 개선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저변 확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