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는 8월 24일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주식취득 건 등을 심의한 결과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10월 현대HCN과 현대미디어의 주식 100%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정책관은 “양사의 합병으로 디지털 유료방송, 8VSB, 초고속인터넷, 홈쇼핑 등 총 10개 시장에서 기업결합이 발생한다”면서 이 가운데 공정위는 디지털과 8VSB 시장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한다고 보고 7가지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선 현대HCN 방송구역인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등 8개 구역에서 결합으로 인한 합산점유율이 1위(59.8%~73.0%)가 되고, 2위 사업자와의 격차도 35.4%p~59.3%p까지 확대돼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봤다. 공정위는 “설문 결과 현대HCN이 디지털 케이블TV 요금을 10% 인상할 경우 KT계열 방송으로 전환하는 비율이 43.6%로 가장 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등의 견제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8VSB의 경우도 8개 방송구역에서 KT스카이라이프가 가격 인상을 억제해오던 잠재적 경쟁자라, 결합 뒤 가격 인상 유인이 있다고 봤다. 현대HCN은 8개 방송구역 독점사업자였으나 KT 등의 경쟁 압력으로 채널 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었다.
공정위는 “아울러 8VSB 상품에 대한 소극적 마케팅, 인센티브 및 요금할인 축소 등 소비자 피해 소지가 있고, IPTV 등 고가상품으로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도 예상됐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에 서울 관악·동작·서초구, 부산 동래·연제구 등 8개 방송구역에서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케이블TV 수신료를 인상할 수 없도록 했다. 인상 한도는 소비자물가지수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또 △단체가입 수신계약 체결거부·해지 금지 △전체 채널수·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신규가입·전환가입시 불이익조건 부과행위 금지 △수신계약 연장·전환 거부 금지 △고가형 상품전환 강요 금지 △채널구성내역과 수신료 홈페이지 게재·사전고지 의무 등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이행기간은 오는 2024년 12월 31일까지이며,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부터 1년이 경과한 뒤부터 시정조치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최근 국내 유료방송시장은 결합상품 위주의 경쟁이 이뤄지면서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 3사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한편 케이블 플랫폼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OTT의 이용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소비자들의 미디어 이용행태도 변화가 나타나는 등 시장 경쟁의 외연이 확장되는 추세”라며 “이번 조치는 수년 전부터 진행돼온 방송통신사업자간 결합을 조건부 승인해 방송통신융합을 지원하고,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심사는 방송통신 규제기관과 업무협약(MOU) 체결 뒤 첫 기업결합 사례”로 “심사과정에서 관계기관 협의체 구성, 관련 정보 공유 등 상호 협력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