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민간협회 및 시민 소비자 단체, 연구 및 산업계 인사 27명을 위촉해 ‘방송통신 정책 고객 대표자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는 방통융합 시대를 맞아 정책적 영향을 행사하거나 혹은 받을 수 있는 이들의 다양한 주장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서병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협의회장이 "케이블 TV의 디지털 전환율은 27%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내년에도 여전히 아날로그 TV를 시청해야 한다"며 "나머지 가입자까지 모두 디지털로 전환해야 진정한 디지털전환이 도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부분은 이견의 여지가 있다. 이어 강상현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1000만 케이블TV 시청 가구는 아날로그TV를 봐야 하는데 과장 과잉 홍보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주지할점은, 국민의 시청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당연히 케이블 TV도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이루어하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디지털 전환은 국민의 시청권 측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으며, 이 또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부분도 당연한 지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디지털 전환에 임하는 매체의 속성이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는 ‘국가 기간’의 정의를 가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공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지상파 방송사는 당연히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일단 차치한다. 그렇다면 케이블 TV는? 당연히 케이블TV를 보는 국민도 국민으로서 시청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방법론적인 부분이 지상파와 다르다.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 TV 가입자에 대한 디지털 전환, 그리고 시청권 보호는 전적으로 케이블 TV의 몫이다.
물론 케이블 TV도 한계가 있을것이다. 일개 기업인 그들이 온전히 가입자들을 위한 디지털 전환에 전력을 다한다해도 힘에 부친점이 많을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들이 속한 냉혹한 자본주의의 논리속에서 이해되어야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업에게 국가가 일정정도 이상의 역량을 기울여 도와야 하는 이유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일반 기업에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자하거나 돋는 것은 그 행위로 인해 국가경제가 살아나 국민이 행복하기 위함이지, 절대로 해당 기업이 마냥 ‘이뻐서’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통틀어 이런 원칙으로 국가가 기업을 돕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계속 그러한 악습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케이블협회는 최근 지상파에 CPS를 받겠다며 선언하며 정부에 2015년가지 디지털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 동시에 엄청난 지원을 세세한 가이드 라인을 통해 제시했다. 물론 시청권 보장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시청권 보장을 위한 길이 정말 그것밖에 없을까? 냉정하게 생각했을때, 국민의 시청권 보장을 지상과제로 생각한다면 디지털 전환 이후 국민이 케이블을 통해보든 직접수신을 통해 보든 중요한 것은 시청자의 ‘만족’이다. 그리고 그 ‘만족’을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에서 찾을 수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에 지상파측에서는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라는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수신환경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직접수신률 제고 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통신사로부터 700MHz 대역 주파수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존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볼 수 있다. 즉 반드시 케이블을 보지 않아도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뜻이다.
단지 케이블 사업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들의 사업을 망하게 하지 않으려는 ‘안타까움’이라면 케이블 TV에 국민의 세금을 통한 지원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국민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서라면 고려해볼만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해결되어가는 중이다. 이에 결론은 이미 나와있다. 케이블 TV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사업자의 영역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굳이 RO와 MSO의 차이점을 들어 케이블 사업자 주장의 근거를 반박하지 않겠다. 디지털 전환을 호재로 여긴 일부 몰염치한 케이블 사업자의 꼼수도 들추지 않겠다. 하지만 지금은 오로지 국민의 시청권을 지상과제로 여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때이고, 그 안에서 현재의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