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기적의 드라마 쓸 수 있을까

공영방송, 기적의 드라마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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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가장 추운 1월에 시작된 MBC 파업이 봄을 지나 가장 더운 8월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MBC 뿐만 아니라 KBS와 YTN, 통신사인 연합뉴스, 국민일보와 부산일보 등의 신문사도 장기간 파업을 벌었다. 이들의 주장은 단 하나, 바로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 회복’이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사의 파업이 마무리된 지금도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는 8월부터 9월 사이 실시될 KBS와 MBC, EBS의 이사진 교체를 앞두고 공·민영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개선을 주장하며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 찾기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공영 방송사 이사진 교체는 올해 말 예정된 ‘대선’과 같은 정치 일정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 사회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현 제도가 정치 세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점철돼 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영 방송의 정치적 쏠림 현상이다. 현 제도대로하면 KBS 이사진은 7대3,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6대3 으로 이후에도 여권 성향의 ‘낙하산’ 사장이 임명될 것은 눈에 보듯 뻔하다.

이에 언론·시민단체들은 해마다 여야와 함께 방송사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씨알도 먹히고 있지 않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KBS의 경우 현행 11인의 수를 12명으로 조정하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한 뒤 공모를 통한 신청과 16개 광역단체장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3배수를 정한 뒤에, 그 중에서 여당과 야당이 동수로 6인씩 선정해 대통령 임명을 거치자는 것이다.

이후 사장 선임 방식도 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같다. 국회 문방위 산하에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해 사장 선정 과정에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처음부터 배제하자는 것이다.

우선 언론·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미디어커뮤니케이션네트워크는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과 함께 19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낙하산 사장 근절을 위한 각종 개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법안이 당장 다음 달 진행될 공영 방송사 이사진 교체 과정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문방위원장으로 당선된 한선교 의원의 소속당인 새누리당의 경우 MBC 파업 뿐만 아니라 공영 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마련 자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개정안 통과조차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도 알고, 해법도 알지만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다.

해외의 공영 방송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 보낸 뒤 언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영국의 BBC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인 일본의 NHK도 총리 추천, 국회 동의 후 임명 등의 과정을 거친다. 방송이 권력에 유착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BBC와 NHK는 방송국 내부에서도 이사회의 권한을 경영과 회계에만 한정해 두고 있다.

이러한 장치가 마련돼야 언론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놀랄만한 발전 속도를 보인 한국의 언론이 언제쯤이면 공공성과 공정성을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 더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넘겨 다시 1년 중 가장 추운 1월로 돌아갔을 때, 새 정부에 의한 언론의 진정한 민주화를 바란다면 너무 이른 것일까.

그래도 마지막 희망의 끈은 놓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