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UHDTV 실험국이 주파수 논쟁에 의미하는 것

[칼럼] KBS의 UHDTV 실험국이 주파수 논쟁에 의미하는 것

768

KBS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UHDTV 실험국 승인절차를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울전파관리국으로부터 최종 허가장을 받을 계획이다. 본 허가장은 빠르면 16일, 늦어도 17일에는 발부될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 무리없이 진행이 되리라 여겨진다. 이제 본격적인 UHDTV의 미래가 성큼 다가오는 기분이다.

사실 최근 미디어 분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쭉 살피다보면 한 가지 아쉽고 마음이 공허한 부분들이 많았다. 물론 모든 것이 중요한 이슈고 쟁점이지만, 사실 지금까지의 미디어 이슈들이 대부분 통신분야, 아니면 플랫폼 분야나 인문학적인 분야에만 치중된 나머지 방송기술에 대한 이슈가 너무 적지 않았나 싶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라는데, 방송 분야에서도 이공계 이야기가 적게 다루어진다는 것은 확실히 아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KBS가 큰일(?)을 해냈다. 지난 2월 KBS 뉴텍본부에서 UHDTV 실험국 신청서를 제출했고, 방송통신위원회 검토를 거친 다음 오는 7월에 완전한 허가장을 받을 계획이라니. 이는 쾌거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일대 ‘사건’이다. 동시에 4월에 있었던 지상파 방송 4사 기술본부장의 ‘UHDTV 협약식’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은 더욱 의미가 있다.

 

   
 

자, 이제 이런 상황에서 다시 한번 냉정하게 주변을 둘러보자. 현재는 MBC 파업으로 대표되는 ‘언론장악 분쇄’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고 그 밖의 통신계 이슈인 망중립성 문제가 나날이 마찰음을 일으키고 있다. 또 여기에 DCS 논쟁과 케이블 업체의 규제 완화 정책은 또 얼마나 시끄러운가. N-스크린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고 디지털 전환 문제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말 정신없는 미디어 이슈 범람의 시대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파수 논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미디어 이슈가 대내외적인 문제로 홍역을 겪고 있다고 해도, 주파수 문제는 단순한 물리적 ‘할당’ 논란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UHDTV 실험국 이야기를 하다가 왠 주파수 이야기를 하느냐고? 모르는 소리. 이는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다. 이 논의는 그 이상을 넘어 어쩌면 우리 사회 전반의 가치를 결정지어 버리는 중요한 ‘패러다임’과도 관계가 깊다.

 

   
 

그래서 주파수 이야기를 해보자. 원래 통신사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다. 아,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KT가 민영화 되면서 이제 철저히 자본주의의 일꾼이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SK나 LG도 마찬가지고. 물론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민영화에 대한 아주 민감한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민영화 자체가 ‘기업화’인 것은 사실이니까 이정도만 짚고 가겠다. 각자의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기업’화 된 통신사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애초 공공의 성격을 가진 ‘통신망’을 보유한 통신사들이 왜 민영화 되었는지 도통 이해는 안되지만, 뭐 어쨌든 민영화 되었으니 통신사들은 돈을 벌기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한다.(갑자기 인천공항 생각이 나는것은 왜일까?) 그리고는 가입자를 마구잡이로 유치해 수익을 올리려 한다. 그런데 가입자도 바보가 아닌지라, 더 좋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에 몰리기 마련. 이에 통신사 3사는 더욱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하기 시작하고, 그것이 바로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였다. 당연히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주면 가입자들은 좋아하지 않는가! 통신사들인 이걸 노렸고, 예상은 적중했다. 통신사업은 쑥쑥 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파수라는 자원은 분명 한정되어 있는데…아주 ‘콸콸콸’ 퍼다준 것이다. 마치 도박판에서 한정된 재산을 가진 노름꾼이 돈을 모두 따기 위해 ‘올인’하는 것처럼.

그러니 당연히 주파수가 모자랐다. 주파수는 무한한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결국 일이 터졌다. 2011년 하반기. 서울 일대에서 휴대폰이 먹통이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데이터 트래픽이 몰리며 결국 과부하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가입자들은 분노했다.

그런데 여기서 더 심한 문제가 발생된다. 이 대목에서 만약 통신사들이 ‘우리끼리 출혈경쟁 하느라 데이터를 막 낭비했습니다. 죄송합니다..기술적인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나서면 문제가 없었으리라. 그런데 통신사들은 이럴 생각이 없었다. 이들은 ‘데이터가 모자라네? 그럼 더 사지 뭐!’라는 마인드를 가진 ‘기업’이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1조원이 훌쩍 넘는 죽음의 주파수 경매가 정당성을 가지게 되었고, 그런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에 다른 영역의 주파수를 퍼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이해가 안되는 쪽은 방통위다. 아니, 통신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주파수를 마구 낭비했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기술적 대책을 요구해야지. 그냥 무작정 주파수를 더주면 어쩌자는 것인지..물론 통신사가 자기 ‘돈’주고 주파수 산다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임을 떠올려보길 바란다. 일개 기업이 국민의 재산을 돈 주고 사들이는 이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기업가가 ‘돈 벌려고’ 인근 투자지구에 사업하다가 면적이 모자라자 그린벨트에까지 공장 짓겠다고 정부에 돈을 내는 것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공익적인 부분은 좀 챙겨두고, 좀 적당히 해먹어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통신사의 ‘주파수 더 줘’ 생떼는 어느 정도 먹혀왔다. 방통위가 아주 충실하게 주파수를 밀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2012년 12월 31일 전국 디지털 전환 이후 확보 가능한 공익적 재원인 700MHz 대역 주파수를 이미 통신사에 분할할당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것도 모자라 위성 DMB 종료로 얻게되는 2.6GHz, 그리고 군용으로 쓰는 1.8GHz 대역 주파수도 모조리 통신사에 밀어주려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매체와 사람들은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미친건지, 아니면 내가 미친건지.

그래서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 내가 KBS의 UHDTV 실험국 가시화 결정을 반기는 이유를 알 것이다. 그동안 700MHz 대역 주파수를 둘러싸고 지상파와 통신사의 힘겨루기가 이어오던 중, 지상파는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 해당 주파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통신사는 데이터 트래픽 해소를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통신사는 1.8과 2.6GHz도 가져가고, 그 외에 다른 주파수도 가져가는 추세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700MHz 대역 주파수는 전세계적으로 볼 때 통신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리 방통위가 WRC-12 왜곡 보도자료를 뿌리고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밀어붙힌다 해도, 이건 ‘팩트’다.

자, 주파수도 많이 확보한데다 심지어 자기들한테 맞지도 않는 주파수인 700MHz 주파수를 원하는 통신사와, 난시청 해소라는 공익적인 요소를 위함은 물론 뉴미디어..즉 UHDTV를 위한 기술개발에 700MHz 대역 주파수를 원하는 지상파..무엇이 맞을까? 어디에 할당이 되어야 합당한 결론일까?

이번 KBS의 UHDTV 실험국 승인은 그래서 기쁜 일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가 모든 부분에서 박수를 받을 만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방송 기술의 분야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견해가 맞다. 단순한 기업인 ‘통신사’에 국민의 재산을 모두 몰아줄 것이냐. 아니면 ‘국가 기간 미디어’의 특성을 가진 지상파에 국민의 재산을 몰아줄 것이냐. 대답은 이미 나와있다. 이미 증거가 나온것이 아닌가! KBS는 UHDTV 실험방송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재미있는 상상이 떠오른다. 영화 [연가시] 보셨는지? 기업의 무시무시한 이윤추구의 패악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왜 나는, 더 무서운 현실이 떠오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감이 안오면 그냥 인천공항 매각설을 떠올려라. ‘국가 기간’의 성격을 가지는 분야는 공적인 부분이 맡아가는게 맞다. 참고로 주파수는 국민의 재산이라고 시중에 나와 있는 흔한 백과사전에 명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