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달라” VS “지금도 충분히 내고 있다” ...

[종합] “제값 달라” VS “지금도 충분히 내고 있다”
콘텐츠 사용료 갈등 IPTV에서 지상파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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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백선하 기자] 방송 시장이 또 다시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에 휩싸였다. CJ ENM과 인터넷TV(IPTV) 3사의 신경전으로 촉발된 갈등은 결국 송출 중단에 이르렀고, 유료방송을 넘어 지상파까지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CJ ENM, 콘텐츠 볼모로 과도한 인상 요구”
강호성 대표 “IPTV 인색해”
시작의 문은 IPTV 3사가 열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를 대표하는 한국IPTV방송협회는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CJ ENM이 콘텐츠 공급 중단을 볼모로 과도한 인상 요구와 불공정한 거래 행위를 일삼으며 국민의 시청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PTV방송협회에 따르면 CJ ENM은 최근 전년 대비 25% 인상된 콘텐츠 공급 대가를 요구했다. 또한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는 IPTV와 달리 저렴한 가격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고, VOD도 자사 OTT에서만 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CJ ENM은 즉각 반박했다. CJ ENM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IPTV가 고객들에게 수취한 기본채널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가운데 16.7%만이 실시간 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PP에게 배분된다”며 “국내의 음원, 웹툰, 극장 플랫폼 등이 고객들의 콘텐츠 이용료 가운데 약 50~70%가량을 콘텐츠 제공사에 배분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현재 유료방송 플랫폼사가 챙겨가는 몫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IPTV와는 별개로 KT, LG유플러스가 운영하는 OTT를 위해 제공하는 콘텐츠 대가도 따로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CJ ENM은 “그간 상대적으로 비중이 컸던 IPTV 본계약과 연계해 KT ‘시즌’과 LG유플러스 모바일TV에 헐값에 콘텐츠를 공급해 왔다”면서 “올해부터는 OTT 위상에 걸맞는 ‘콘텐츠 제값받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IPTV 계약과 분리된 별도의 재계약 협상을 요청 중”이라고 말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의 발언은 이후 갈등을 증폭시켰다. 강 대표는 5월 31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수입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제공하고 있고 영세 SO도 상당 부분을 콘텐츠 공급자에게 내놓고 있다”며 “그런데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IPTV는 인색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의 발언에 IPTV방송협회는 6월 2일 성명을 통해 ““IPTV 3사는 한해 전체 콘텐츠 수급 비용으로 수신료 매출 대비 48%를 지불했다”며 “IPTV가 콘텐츠 수급 비용에 인색하다는 주장은 현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좁혀지지 않은 입장 차…결국 송출 중단”
양측의 이 같은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송출 중단에까지 이르렀다. LG유플러스와 CJ ENM의 콘텐츠 사용료 협상 결렬로 6월 12일 0시부터 LG유플러스의 모바일 서비스인 ‘U+모바일tv’에서 tvN, 엠넷 등 CJ ENM의 10개 채널이 중단된 상황이다.

현재 CJ ENM은 U+모바일tv에 프로그램 사용료를 175%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IPTV 계약 시 포함해 진행했지만 별도의 OTT 만큼 올해부터 개별 협상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CJ ENM은 “LG유플러스 5G 가입자 수 기반으로 ‘티빙’과 동일한 가입자당 대가를 산출해 계산했다”며 “LG유플러스에 U+모바일tv 가입자 수를 요구했으나 자료를 받지 못해 임의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LG유플러스 통상 10~20% 인상 수준과 비교할 때 CJ ENM의 요구는 과도한 인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U+모바일tv는 고객 혜택 차원의 부가서비스인 만큼 OTT로 취급해 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파도 협상 지지부진…SBS도 VOD 공급 중단”
콘텐츠 공급 중단은 지상파로도 확대됐다. SBS는 6월 16일 자정부터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한 신규 주문형비디오(VOD)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들은 16일 이후 방송된 SBS 프로그램을 VOD로 보지 못하고 있다. SBS와 KT스카이라이프 역시 재송신료(CPS) 및 VOD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양측의 입장 차가 커 협상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협상 결렬로 인한 콘텐츠 공급 중단에 불공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 채널에 대한 대가 산정은 양 당사자 간 자율적 협의사항이나, 이로 인해 실시간 채널이 중단될 경우 그동안 이를 시청해 온 국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채널 공급 중단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 사업자 간 협상 과정에서의 불공정행위 및 법령상 금지행위 해당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콘텐츠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매년 반복되고 있는 상황으로 방통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제값 받기를 원하는 공급 업체와 최소한의 인상만 바라는 플랫폼 업체와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