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미래와 소셜미디어

[칼럼] 방송의 미래와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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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박성환 박사, EBS 연구위원] 과거의 방송은 강력한 미디어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1인 미디어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미디어 권력의 중심이 됐다. 이들은 콘텐츠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 및 유통의 흐름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 콘텐츠 비즈니스도 범용 플랫폼 제공사와 플랫폼을 이용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 채널 운영자에게로 이동하고 있다.

정보 수집도, 정치 뉴스도 개인 방송으로 소비한다. 분야별 스타강사의 영향력이 여론과 정부 정책을 뒤흔들기도 한다. 이처럼 소셜미디어 채널의 ‘구독’을 통한 정보의 즉시성은 강력한 힘이 됐다. 하지만 1인 방송, OTT 서비스 등은 자체 정화 기능 부족으로 국민 정서를 위협하고, 광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콘텐츠가 많다. 소셜미디어는 언론 권력이 됐지만, 법과 규제는 늘 한발 늦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 산업은 여전히 규제라는 역차별 속에 묶여 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전파 중심의 지상파 플랫폼은 한계 상황에 봉착하는 것이다. 이제 지상파방송의 규제 완화와 소셜미디어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한 자유로운 서비스 기획이 절실하다.

일찍이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은 방송 산업계의 느린 변화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이미 2013년에 지금과 같은 TV 방송은 2030년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해진 편성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실시간 양방향 서비스의 부재로 방송업의 몰락이 가속화된다는 주장이다. 연결된 네트워크 세상에서 방송용 전파 네트워크는 여전히 로컬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미디어 시장의 기술혁명 시기에 투자와 서비스 실험도 미미했다. 또한, 인터넷 기반 서비스와 비교하는 비용 산정 방식도 걸림돌이었다.

지상파 방송사 경영 위기의 원인으로 광고 매출의 급감, 콘텐츠 판매 수익 감소,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Over The Top) 동영상 플랫폼으로의 집중화 현상 등 외부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더해 수신료를 받는 공영 방송사의 경우 1981년 이래 2,500원으로 고정된 비현실적 수신료 재원도 위기 요인이다. 수신료를 제외하면 핵심 원인은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한 미디어 이용 환경에 기인한다. 어플리케이션 중심의 소셜미디어가 광고도, 콘텐츠 서비스 시장도 주도한다. 한마디로 플랫폼과 서비스 축의 이동이다.

그렇다면 정녕 지상파 방송사는 몰락하고 말 것인가? 내부적 문제점 해결과 레거시 방송 플랫폼의 한계점 돌파가 필요하다. 방송사는 여전히 콘텐츠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창의적 제작 능력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취약하고, 다른 플랫폼과 연계한 서비스 정신도 미약하다. 그래서 방송의 미래 생존 전략을 소셜 플랫폼에서 찾자고 제안한다. 한마디로 콘텐츠만 좋다 말고 서비스로 날개를 달자는 것이다. 기존의 제작, 서비스 문화를 한 방에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선 생명주기가 짧고, 유행에 민감한 소셜미디어 시장에서는 ‘고객 서비스’ 정신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이름하여 ‘지상파방송과 소셜미디어의 컬래버레이션 전략’이다. 핵심은 나의 기득권을 내어놓고, 타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연결하고 융합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도구가 미디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융합으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길을 열어야 한다. 최고의 미디어학자인 ‘마셜 매클루언’은 미디어를 기술 중심으로 해석했다. 그가 다시 살아와도 감탄할 서비스를 만들어보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며 융합 서비스를 보여준 스티브 잡스의 철학도 재소환하자. ‘기존 요소들의 새로운 결합’이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용자인 고객의 개념 모델을 바꾸자. 방송 미디어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

뭐부터 실천해야 할까?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필요하다. 방송 플랫폼이라는 꿀단지가 비어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출발하자. 이미 약육강식의 소셜미디어 시장이지만 방송 콘텐츠가 뛰어들어 판을 흔들어보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최고의 글로벌 소셜 플랫폼도 카카오톡, 밴드 같은 토종 플랫폼도 어디든 손잡고 콘텐츠 소비의 개념을 바꾸는 카드를 던지자. 빠른 변화에 익숙한 디지털 인류를 만족시키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소셜에서 내 이야기로 자랑질하고 싶다는 인간 심리도 만족시켜주자. 소셜의 특성을 입힌 콘텐츠를 만들고 융합 플랫폼에 태우자.

인스타그램을 보아라. 인간의 욕구를 채워주는 영상 미디어로 성장하고 있다. 인스턴트 식품이 먹거리 시장을 차지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소비자 만족도는 높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도 SNS 채널의 비즈니스 활용에 친숙해지자. 젊은 세대는 기업 광고임을 나타내는 ‘Sponsored’라는 문구도 거부감이 없다. 유튜브 동영상 광고도 무료 채널 운영자를 위해서라면 시청한다는 점을 참고하자. 소셜 놀이터는 네이티브 콘텐츠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곳이다. 지상파방송도 이런 광고에 익숙해지자. 영상미디어의 최고수를 목표로 한다면, 최고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것에서 끝나선 안 된다. 소비자에게 ‘만족’이라는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른바 고객 만족 전략이다. 플랫폼에 맞는 광고와 콘텐츠 전략 수립도 필요하다. 미디어의 경쟁력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물건(콘텐츠)을 공급하는 정도로는 1등의 지위를 얻을 수 없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창조적인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진정한 디지털 융합 플랫폼으로 재탄생해야 방송의 밝은 미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