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삼성의 스마트 TV 회선을 끊어버리며 촉발시킨 망중립성 논쟁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어의없는 쌍방 솜방망이 처벌로 수면아래 가라앉았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논쟁의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카카오톡의 ‘보이스톡’과 애플의 ‘페이스 타임’(영상전화)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국민 ‘톡’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전격적으로 mVoIP(모바일 인터넷전화) 보이스톡 베타테스트를 실시하자 통신사들은 거의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신산업 공멸의 지름길’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써가며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다. 물론 이는 당연한 반응이기는 하다.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문자 메시지를 통한 수익창출이 바닥을 치는 현 상황에서 음성통화의 영역까지 침해당한다면 통신사 수익은 그야말로 초토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사들은 mVoIP를 활용하는 가입자에게는 기본요금을 7만 원대로 받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과연 카카오톡의 mVoIP 서비스가 진짜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통신산업 공멸의 길’이 맞는지 철저히 따져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에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통신사에서 욕심을 부려 자꾸 옛 패러다임으로 (현 상황을) 가져가려 하는데 이통사 스스로 체질개선 해야 한다”는 말로 사태파악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즉, mVoIP의 출현을 ‘구’ 패러다임에서 ‘뉴’ 패러다임의 출현으로 이해해야지 무작정 수익침해를 걱정한 무차별 공격은 옳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과연, 통신사들의 주장근거 자체가 합당한지에 대한 논의도 불거지고 있다. 통신사들은 삼성과의 망중립성 1차 논쟁 당시에도 ‘열심히 구축해 만들어 놓은 고속도로를 무단으로 사용하려는 차량에게는 당연히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한 바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망’ 자체가 통신사의 전유물이 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사실 통신사는 자사의 ‘망 투자’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단 한번도 그 내역을 속 시원하게 공개한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선전화 시절, KT가 민영화되기 전인 공기업 한국통신 시절에 망투자가 ‘국가 기간’의 인프라 형태로 대부분 완성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한다. 즉 ‘망’ 자체가 통신사의 ‘완전한 전유물’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주파수 경매제를 통한 ‘지불 금액’ 문제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생태계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당장 세계적 추세를 봐도 통신사의 ‘망’이 이렇게 철저히 사유화되는 것은 없다. 있다 하더라도 공적 영역의 차원에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는 “mVoIP를 방해하기 위한 통신사의 의도적인 통화 품질 저하 음모가 포착되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있다. 즉, 카카오톡의 mVoIP 발전을 막기 위한 통신사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실제한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었다.
한편 데이터 트래픽을 이유로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에 할당해야 한다는 국내 통신사들이 mVoIP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공세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바로 지금, 통신사들의 망 투자액에 대한 철저한 금액산출과 요금제를 둘러싼 정확한 고증, 여기에 과연 mVoIP의 전면개방이 통신사 수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중립적인 기관의 연구결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조금의 피해라도 인정하지 못하는 통신사에 대한 불신과 mVoIP의 출현에 따른 망중립성 가이드 라인의 확실한 실제 영향력 증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