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임명동의제’ 두고 격화하는 노사 갈등

SBS, ‘임명동의제’ 두고 격화하는 노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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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윤창현 노조위원장 일방적으로 10·13 합의 파기”
노조 “단협 조항 무력화,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궤변”

[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가운데 임명동의제 폐기를 두고 SBS 노사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SBS 사측은 1월 22일 ‘단체협약 개정을 앞둔 회사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사내 공지문을 올리고 SBS 사장과 SBS A&T 사장, 보도와 편성, 시사교양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 조항을 단체협약에서 삭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BS는 2017년 10월 13일 방송사 최초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편성·시사교양·보도 부문 최고 책임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도입에 노사 간 합의를 이뤘다.

사측은 10·13 합의 핵심 내용 중에 그동안 노조가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해온 비난을 멈추고 그 내용에 대해 법적 대응이나 유출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이 포함돼 있으나 윤창현 노조위원장이 이를 어기고 사측을 비난하며 대주주와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해 왔다고 전했다.

사측은 “지난 1월 18일 노조에 회사 측 단협 개정안을 전달했다”며 “개정안에는 ‘윤창현 위원장의 일방적 10·13 합의 파기에 따른 임명동의제 원인무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단협 개정을 앞두고 회사가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많은 노사 간 합의를 해야 하고 이를 지키는 노사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법과 원칙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임명동의제 단협 조항은 근본적으로 10·13 합의와 별개라는 입장이다. 10·13 합의 파기에 대비해 임명동의제를 단협에 넣자고 제안했고 회사가 이를 받아들였으므로 두 협상은 별개인데도 회사가 임명동의제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25일 ‘임명동의제 파기 시도, 저의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단협은 노사 관계 기본 원칙을 정하는 사실상 SBS 노사 헌법과 같다”며 “기존 별개의 합의문 파기로, 노사 간 최상위 규범인 단협의 핵심 조항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 국가에서 불가능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미 주요 언론사에서 임명동의제는 대의가 됐고, 앞다퉈 SBS의 임명동의제를 참고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은 사측의 치졸하고도 허황된 임명동의제 파괴 시도에 조금의 흔들림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측은 다시 공지를 통해 “2017년 근로 조건과 지위 등을 담는 단협에 경영진의 인사권인 임명동의제를 포함하는 게 적절치 않았지만 합의를 성실히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윤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위원장은 임명동의제의 뿌리인 10·13 합의를 파기한 자신의 독단적인 행위에 대해 노조원들과 회사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또 단협은 내외부 변화에 따라 2년마다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26일 성명을 발표하고 “임명동의제를 폐기하겠다는 SBS 사측의 도발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사측이 단체협약 개악안을 제출하는 것은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조항도 아닌 방송사의 사장과 핵심 보직자에 대한 임명동의제 폐기를 제출했다는 점에서 박정훈 사장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그동안에도 SBS 대주주와 경영진은 합의 파기를 여러 차례 해왔다며 “임명동의제 파기는 곧 태영건설 자본을 겨냥한 방송계 퇴출 투쟁임을 직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9일에는 SBS 직능단체들이 나섰다. SBS방송기술인협회, SBS 기자협회, SBS 방송촬영인협회, SBS 아나운서협회, SBS 영상기자협회, SBS PD협회 등 SBS 직능단체들은 “임명동의제 폐기 시도를 지금이라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직능단체들은 “임명동의제는 단순한 찬반 투표가 아니다.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됐던 과거의 허물을 벗고,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을 담보하겠다는 시청자와의 약속”이라고 임명동의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런 임명 동의제가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며 “사측은 ‘10·13 합의 파기’를 그 근거로 대고 있지만, 이는 노사 간 정치적 쟁점일 뿐 임명동의제 그 자체 목적을 부정할 논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임명동의제에 결함이 발견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제도를 파기할 이유가 없다. 임명동의제가 방송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할 때 약간의 손질을 할 수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직능단체들은 “임명동의제 제도 자체가 가진 순기능을 존중한다”며 “그 순기능이 마모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임명동의제 폐지 움직임을 좌시할 수 없다. 우리 직능단체들은 연대해 함께 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