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갑질’ 애플 동의의결 확정에 업계 “실효성 지켜봐야”

‘광고비 갑질’ 애플 동의의결 확정에 업계 “실효성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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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상생 협력 확대될 것으로 기대”…차후 협의 통해 계약조건 구체화
김영식 의원 “헐값에 면죄부 준다는 지적 나올 수 있어”

[기사발신지=연합뉴스(서울)] 국내 통신사들에게 광고비를 떠넘겨 온 애플의 동의의결안이 확정된 데 대해 통신업계는 업계 상생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조처의 실효성을 두고 봐야 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광고 비용 분담 및 협의 절차 개선, 1천억원 규모의 중소 사업자 상생 지원방안 등을 담은 애플의 동의의결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확정안은 애플이 공정위와 협의해 내놓은 잠정 동의의결안과 유사하다.

애플은 1천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제조업 연구개발(R&D) 지원센터 설립에 400억원을, 디벨로퍼 아카데미 설립·운영에 250억원을 쓰기로 했다.

교육 사각지대 디지털 교육에 100억원을, 아이폰 사용자 대상 유상 수리 비용 할인 등에 250억원을 추가로 부담한다.

이통사와의 계약에서는 광고 기금의 적용 대상 중 일부를 제외하고, 광고 기금 협의 및 집행단계에서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개선한다.

애플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동의의결 최종 승인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 기존 투자를 확대하고 속도를 내며 새로운 투자로 국내 제조업체, 중소기업과 창업자 및 교육 부문에 더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는 공정위에 ‘동의의결안에 찬성하며 차후 애플과의 협의로 계약조건을 구체적으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통신사들은 우선은 동의의결 절차를 거쳐 상생 방안이 나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광고비 분담과 관련해 통신사의 실제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도 남아있다.

광고 기금 대상 제품에서 일부를 제외하고, 광고 기금을 정하는 객관적 기준과 협의 절차를 규정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계약 조건은 각사 협의로 남겨져 이 과정에서 애플의 ‘갑질’이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그동안 신규 아이폰 제품이 출시될 때 매체 광고, 매장 디스플레이·포스터 제작 등 모든 광고 비용을 사실상 대부분 부담해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인 애플을 상대로 동의의결을 끌어낸 것을 긍정적이라고 보지만, 추후 각사의 협의 과정에서 유의미하게 부담이 경감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그동안 광고 비용 전가로 통신사와 소비자가 결국 피해를 본 것인데, 마련된 상생 방안에서 소비자에게 직결되는 혜택의 비중이 작아 아쉽다”고 말했다.

1천억원 규모의 애플 동의의결 금액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피해 액수에 미달하는 금액으로 동의의결 액수가 책정돼 헐값에 면죄부를 준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며 “이번 동의의결을 계기로 규제당국이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집행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광고업계 추정을 근거로 애플이 2009년부터 통신사에 전가한 광고비가 1천800억∼2천700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