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발신지=연합뉴스(서울)]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의 쉼 없는 질주 속에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이 얼마나 지각변동을 가져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왓챠플레이와 CJ ENM의 티빙, 지상파들이 의기투합한 웨이브(WAVVE)가 이미 수년에 걸쳐 자리를 잡았고 최근 OTT 시장 합류를 선언해 깜짝 놀라게 한 현대자동차와 쿠팡은 과연 어느 정도의 자본을 투자해 콘텐츠를 확보할지 주목된다.
이들은 연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디즈니, 애플TV플러스, HBO 맥스 등 글로벌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OTT 시장의 확대는 구독자들에게는 선택지의 증가를 가져다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똑같은 수준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결국 성패는 얼마나 뛰어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10일 “넷플릭스는 초반 비디오테이프 배달 업체로 시작해 새로운 사업 분야를 연 것이라면, 지금은 이미 열린 시장 안에 진입하는 상황이라 리스크가 있다. 확실한 색깔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한데, 결국은 자본과 투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할 텐데, 후발 주자들은 드라마와 영화보다는 웹이나 모바일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뛰어들지 않을까”라며 “모바일에 강한 세대를 어떻게 공략할지 특화 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집콕’하는 사람이 늘면서 OTT는 더욱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출혈경쟁이 가속하면 결국 장기적으로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상파의 푹(POOQ)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oksusu)가 합병된 것만 봐도 그렇다. 다만 합종연횡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토종 OTT가 나올 가능성이 커도, 넷플릭스를 뛰어넘는 회사가 나오기는 어려우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기는 하다.
김경숙 상명대 지적재산권학과 교수는 “아직 국내 OTT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콘텐츠 제공이 가장 중요한데, 제작하고 수익이 그만큼 나고 그 수익으로 다시 제작하는 선순환 구조가 돼야만 콘텐츠 사업을 꾸준하게 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자본도 부족하고 구조적 문제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저작권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창작자는 멋있게 생각하고 제작자와 사업자는 적폐처럼 보는 구조는 결국 창작자들이 넷플릭스에 좋은 창작물을 열심히 넘겨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어쨌든 후발주자로 뛰어든 업체들은 정해진 자본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숏폼 형태의 웹 콘텐츠가 부상하는 이유다. 지금껏 TV를 주요 매체로 봤던 시청자들은 OTT에서도 대작 영화나 드라마를 선호한다면, 앞으로의 세대는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외사업자들과 경쟁하려면 글로벌 밸류 체인(GVC)을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성공한 원인도 GVC를 형성한 덕분이다. 그들만큼의 거대한 규모는 아닐지라도 동남아나 동유럽 등에 만들고 제삼 세계 작품들을 사거나 대작을 만들어서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그 나라의 통신사와 케이블사와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