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O vs IPTV’ 날선 신경전

‘MSO vs IPTV’ 날선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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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가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소유 및 겸영 규제 완화를 뼈대로 추진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 19층에서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실과 공공미디어연구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공정경쟁 보장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현재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0점”이라면서 “현재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시청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크림 스키밍’ 방지 대책과 제작능력을 갖춘 중소 개별 PP의 시장 진입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방통위는 MSO가 전체 SO가입가구 수의 1/3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방송구역 제한은 삭제되고, 가입가구 수 제한이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 수의 1/3 제한으로 변경된다. 또한 MSO가 전체 PP 수의 1/5을, PP는 전체 SO 구역의 1/3을 초과해 경영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삭제됐다. 개정안이 발표되자 ‘결국은 특정 MSO를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조 소장은 “방통위의 이번 개정안은 SO에 대해서는 사업구역을 폐지하겠다고 하면서 IPTV에 대해서는 SO 사업구역을 기준으로 한 제한을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결국 방통위가 SO의 지역독점 기반을 암묵적․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소장은 이어 ‘크림 스키밍’이라는 사회적 폐해 현상을 우려했다. 크림 스키밍이란 이른바 돈 되는 알짜배기 방송구역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방송구역은 외면하는 것으로 가입자 제한의 사후규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은 MSO가 특정 지역의 독점사업자이고, 겸영은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됐기 때문에 크림 스키밍이 발생할 소지가 그나마 적었지만 개정안이 실시되면 MSO가 소위 돈 되는 ‘부유한 동네’에서만 방송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에 이영국 CJ헬로비전 상무는 “전국 모든 가구에 네트워크가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서 셋톱박스만 가져다주면 된다”며 크림 스키밍은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케이블의 산업 구조는 홈쇼핑에 의존된 상황이기 때문에 SO가 돈이 안 된다고 해서 안 들어갈 이유가 없다”면서 오히려 RO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이 “(이 상무님께서)RO의 크림 스키밍을 말씀하셨는데 그걸 크림 스키밍이라고 하면 크림 스키밍이 울고 가겠다”고 맞받아쳤다. 양 상임위원은 “SO나 스카이라이프, IPTV가 버린 지역에 RO가 존재하고 있다”며 사실적인 내용 없이 함부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경환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크림 스키밍은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방송구역 제한이 폐지된다고 해서 없던 것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오히려 조금 더 큰 틀에서 절대강자인 IPTV와 맞설 수 있도록 케이블의 규제를 조금 더 풀어주는 것이 맞다. IPTV는 방송발전기금도 전혀 내지 않고 600만 가입자를 넘기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조 소장은 이 외에도 케이블이 IPTV와 달리 직접사용채널이 허용돼 있고, MPP도 거느릴 수 있게 돼 있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MSO와 MPP의 결합을 제한하던 기존 규정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결국 신규 PP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겠다”는 의미라면서 본 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케이블과 IPTV 진영은 서로 비대칭 규제를 받고 있다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토론회에 앞서 IPTV 사업자 단체인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KODIMA)는 방통위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검토 의견서’ 제출한 바 있고, 이를 두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기자들에게 반론 메일을 배포하는 등 양측의 여론전은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같은 양측의 신경전에 방통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다음 달 초 예정되어 있는 방통위 전체회의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