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700MHz 주파수는 국민의 것”

지상파 방송 “700MHz 주파수는 국민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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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 4사(KBS/MBC/SBS/EBS) 기술본부장들은 28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모든 국민에게 디지털 전환의 혜택을 돌릴 수 있는 올바른 정책 추진을 촉구하는 한편,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방통위에서 추진중인 지상파 주파수 정책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700MHz 대역 주파수는 오로지 국민의 자산이며 특정 단체의 사적 이익창출의 도구가 될 수 없다는 전제로 난시청 지역 해소 및 뉴미디어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 4사 기술본부장들은 방통위의 지상파 주파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동시에 해당 주파수의 지상파 방송사 할당이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사실근거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DTVR 혼신 및 허가불허로 인해 난시청 해소가 불가능한 지역이 11개소 이르며 정식으로 주파수 허가를 신청해도 주파수 부족으로 반려되는 지역도 5곳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허가를 받아 시설을 하였으나 다른 시설과의 주파수 혼신으로 송신시설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지역도 6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방통위의 허구성 지적

또 방통위에서 주장하는 지상파 주파수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선 이들은 방통위가 계속 주장하고 있는 ‘700MHz 대역 주파수 Global Harmonization 논리’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지적하며 유럽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가 아닌 800/900/1800/2100/2600 MHz 대역 주파수에서 4세대 이동통신인 LTE가 운용되고 있음을 꼬집었다. 게다가 이웃나라 일본도 Digital Dividend 대역(총 96MHz) 중 통신용으로 60MHz 할당하는데 그쳤으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700MHz 대역 주파수에서 LTE 서비스를 실시하는 미국도 108MHz 폭 중 48MHz만 할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방통위의 ‘모바일 광개토 플랜’에 따라 Digital Dividend 대역(700MHz 대역 주파수 108MHz 폭) 모두 통신용으로 할당될 계획이다.

지적사항은 또 있다. 방통위는 현재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사가 활용할 수 있는 방송용 주파수를 228MHz만 할당했지만 이는 영국의 246MHz, 미국의 300MHz보다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심지어 2004년 디지털 전송 방식을 결정할 때 SFN 방식이 가능하고 주파수 효율이 높은 유럽식 방식을 버리고 주파수 효율이 떨어지는 미국 방식을 채택한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이 300MHz를 할당한 만큼 우리나라의 지상파 방송사 활용 주파수는 말이 안되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작년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공동으로 228MHz 산출근거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하기도 했으나 방통위는 잘못된 시물레이션 결과만을 잔뜩 보내와 실망을 안긴적이 있다.

동시에 지상파 기술본부장들은 면담 자리에서 최근 방통위의 대표적인 ‘언론 플레이’로 꼽히는 [WRC-12] 결과의 왜곡을 지적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WRC-12]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의 활용방안이 전세계적으로 통신에 할당되었다는 내용을 국내 주요 언론사에 대대적으로 뿌렸지만 확인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었다. 실제로 700MHz 대역 주파수 의제는 [WRC-12]의 공식 의제도 아니었으며 중동 및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긴급제안으로 안건에 상정되긴 했으나 700MHz 대역 주파수를 대부분 방송에 할당하고 있는 유럽방송연합의 반대로 [WRC-15]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게다가 [WRC-15]에서 일부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주장이 온전히 받아들여 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방통위는 왜곡된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주요 일간지의 대규모 ‘오보사태’를 조장한 격이 된 것이다. 지상파 방송사 기술본부장들은 이런 ‘해프닝’에 대해서도 의견서를 통해 항의했다.

한편 이들은 700MHz 대역 주파수가 난시청 지역 해소는 물론 차세대 방송 전환을 위한 필수 주파수임을 확인시키고 통신은 2.1Ghz, 2.3Ghz, 2.6Ghz 대역에서도 가용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에게 700MHz 대역은 미래를 위한 유일한 주파수 대역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아날로그 종료 후 채널 재배치를 위한 유예기간이 최소 10개월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경우 채널 재배치에 소요되는 비용(3천억 이상)을 정부에서 100% 지원하였고, 전체 5% 시설을 채널재배치 하는데 1년의 유예기간을 지정했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갈 길은 멀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암담하다. 통신사들은 최근 내부정책 로드맵을 구성함에 있어 LTE 서비스 ‘무차별 마케팅’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3G 시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남발하며 트래픽을 자초했던 ‘악몽’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며 3G 시절 수익 창출 극대화를 위해 무제한 요금제를 미끼로 가입자를 유치하던 통신사들이 막상 자신들의 영업방식으로 트래픽 폭증 사태를 자초하게 되자 종국에는 이를 해결해달라고 추가 주파수를 요구할 상황이 높아진 셈이다.

게다가 방통위마저 제 4 이통사 승인 불발로 사장되어 버린 와이브로에 주파수 할당을 7년 간 유예하는 등 주파수 효율성 측면에서 전혀 효과적인 정책 로드맵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 ‘모바일 광개토 플랜’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지상파 방송사 기술본부장들의 이계철 방통위원장 면담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여전히 친통신 언론사에서는 700MHz 대역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지정하지 않으면 기술의 국제적 고립을 피할 수 없으며 모바일 트래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주파수의 통신 할당을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