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발신지=연합뉴스(서울)]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 등에 대응해 국내 방송사들이 IPTV 월정액 VOD(주문형비디오) 서비스를 통합하려고 나섰지만 수익 분배 협상에서 이견을 노출하며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지난 5월 지상파 3사·JTBC·CJ ENM 등 5개 사는 그동안 IPTV에서 개별적으로 제공하던 월정액 VOD 서비스를 통합해 하나의 상품으로 출시하겠다는 협의를 끌어냈다.
이들은 또 통합 상품의 가격을 5개 사의 월정액 상품 가격의 총합인 4만9천500원의 절반인 2만5천원 수준으로 설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해당 협상은 국내 인기 콘텐츠 대다수가 넷플릭스에서도 제공되면서 월정액 VOD 가입자가 넷플릭스로 이동해 VOD 매출이 감소함에 따른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수익 구조가 다른 지상파와 케이블 간 이견이 노출됐다.
지상파는 균등 배분을 주장하는 반면, CJ ENM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기준으로 한 배분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을 목표로 삼았던 통합 서비스 출시는 어려워졌다.
CJ ENM은 지상파와 비교해 드라마와 예능 같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의 공급도 수요도 많은 형편이다. 이 때문에 균등 배분보다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을 기준으로 수익을 나누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해석이 방송계에서 제기된다. 보도 기능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적지 않은 지상파로서는 이와 반대 입장이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14일 “방송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마지막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왔기에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이번 협상이 한 번 결렬되고 나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하는 시도 자체가 향후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방송계 또 다른 관계자도 CJ ENM을 겨냥, “국내 콘텐츠 시장의 장기적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CJ ENM의 태도가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국내 사업자들에 더욱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CJ ENM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CJ ENM 관계자는 “수익 분배 방식과 관련해 그런 주장을 한 적이 없으며, 통합 상품 출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지상파 통합 OTT 웨이브(WAVVE) 출범이나 CJ ENM과 JTBC와 CJ ENM의 OTT 통합 추진 등 국내에서는 ‘연대’의 움직임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자본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노동렬 성신여대 교수는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이 관건”이라며 “국내 방송사나 OTT 모두 독자적 콘텐츠 시장이 아닌 ‘다시 보기’ 시장에 불과한 현재 상태에서 5개 사가 통합 VOD 서비스를 출시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40대 이상의 소비자들이 지상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고, 젊은 세대들도 한국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고 있지만 하나의 과정일 뿐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지속될 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웨이브나 카카오TV 같은 국내 OTT가 더 큰 규모의 투자를 기반으로 힘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