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파업, 사측은 ‘죽음의 칼춤’만

방송사 파업, 사측은 ‘죽음의 칼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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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시작된 공영방송 복구를 위한 총파업의 불길이 KBS와 YTN까지 번져나갔다. 이들 노조는 연대파업과 합동정례회를 통해 파업의 동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공동투쟁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파괴력을 극대화해 반드시 “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신념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각 방송사 사측은 “엄정대응”기조를 유지하며 ‘윗 선’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시작은 MBC였다. 파업에 대한 김재철 사장의 ‘모르쇠와 불통’의 태도가 한창인 가운데 사측의 탄압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의 수가 점차 불어나고 있다. 또 MBC 노조는 그동안 가장 극적이고 강경하게 파업을 이끌어왔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그 누구보다 시대적 소명감을 가진 ‘방송인’이자 ‘언론인’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이들은 사측의 해고와 회유 압박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복구를 위해 끝까지 싸움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KBS와 YTN도 일어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와 YTN 노조도 각각 ‘정의’을 천명하며 공정방송 복구를 위한 파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미 파업 상태인 MBC와 연대하여 정례 연합집회를 여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뜻과 행동을 알릴 계획을 세웠으며 YTN 파업 시작일인 8일을 분수령으로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송사 파업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엄정대응”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해고’라는 극단적인 칼춤만 추고있는 형국이다. MBC 사측은 이미 박성호 MBC 기자협회장과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하는 등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으며 김재철 사장의 경우 마주친 노조원들에게 “카페에 가서 1:1로 이야기 하자”며 삿대질을 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법인카드 불법 사용내역을 묻는 노조원의 답변에는 ‘명예훼손’이라는 오래된 대응카드를 꺼내 시간벌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방송사 파업의 불길은 사측의 이 같은 대응에 굴하지 않고 총선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인기 프로그램의 결방이 속출하고 사측이 남발하는 ‘해고’에도 각 노조원들은 “끝까지 투쟁”한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민들의 호응이 더해지고 정치권의 변화가 더 구체적으로 감지된다면 파업의 불길을 더욱 타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통합당에서는 이번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편, 80여 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국민일보는 물론 편집권 보장을 위해 오랜 싸움을 이어온 부산일보, 여기에 이미 총파업이 확실시 되는 연합뉴스 등 언론사의 총파업도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어 방송사 파업과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신문 노조도 최근 노보를 통해 신임사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등 총체적 미디어 정국이 심하게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파업이 속출하고 현 정권의 방송 및 언론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각 사의 사장이 물러나지 않는 것은 ‘윗 선’인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방송 및 언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사장이 물러나면 다른 방송 및 신문사의 연쇄적인 경영진 교체가 이뤄질 공산이 크며 이는 고스란히 ‘윗 선’의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 하듯, 최근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방송사 파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의원들 질문에 “내부의 일이고, 잘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식의 소위 ‘발을 빼는’답변으로 빈축을 산 바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