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재난방송 규제…기준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

“과도한 재난방송 규제…기준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방송협회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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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기술저널 전숙희 기자] 총 25분 방송 분량 중 5분을 재난방송에 할애하는 등 재난방송에 대한 지나친 현행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재난방송 규제를 합리적 수준으로 정비해 달라는 요청서를 국무조정실에 제출했다.

지난 10월 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KNN, 원음방송, 연합뉴스TV, YTN라디오, 춘천문화방송, CBS, 광주영어방송 등 5개 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의무 위반 7건에 대해 각각 750만 원, 총 6,7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의견청취 자리에 참여한 해당 방송사업자들은 정상참작 여지가 없는 과태료 처분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지역민에게 유용하지 않은 타지역 재난 방송의 필요성과 라디오 방송사의 경우 청취권 방해 문제를 지적했다.

KNN 관계자는 “부산 지하차도에 물이 차고 있는데 다른 지역의 재난정보 100건을 처리하다가 긴급한 상황을 전할 여력이 없다”라고 토로하면서 “지역방송은 (지역민들에게) 태풍이 오니까 조심하라고 특보를 하는 것인데, 다른 지역 명칭과 발효 시각을 안 썼다고 지적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영어방송 관계자는 “작년 10월 2일 태풍 경로가 바뀌는 상황에서 31개 재난지역명을 모두 방송하지 못했다”면서 “지난 8월에 3일 동안 84건의 재난방송을 했는데, (재난방송이 길어지면) 프로그램 청취권에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실을 감안해서 제도적 방안을 마련됐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견에 김창룡 방통위 상임위원도 “행정처분에 관한 불만이 높다. 현장 여론을 경청해 행정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며, 재난방송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 대표단체인 방송협회도 나섰다. 방송협회는 불합리한 재난방송 일부 기준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달라는 요지의 ‘라디오 재난방송 기준 합리화 요청서’를 국무조정실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에 15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협회는 TV와 달리 100% 청취형 매체인 라디오방송의 현실에 맞는 합리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막이나 화면 분할 등을 통해 본 방송에 큰 방해 없이 재난방송을 시행할 수 있는 TV와 달리, 라디오는 정규 방송을 중단해야만 하기 때문에 청취권 보장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조건 방송을 중단하고 진행자가 재난 상황과 시·군 단위 지역명, 행동 요령까지 수많은 재난방송 문안을 빠짐없이 장시간 읽어야 하는 것도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재난방송 요청이 일원화한 창구 없이 각 부처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체계 없는 재난방송 요청으로 인해 정규 방송 중단이 과도하게 자주 일어나거나 정말 중대한 재난보다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덜한 재난방송이 더 자주 노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라디오방송사 관계자는 “과거 한 방송에서는(2018.1.10. 경기방송) 총 25분 방송 분량 중 5분을 재난방송에 할애했던 사례도 있다. 이럴 경우 방송 프로그램 중 코너 하나가 날아가 버린다”며 관련 규제의 시급한 개선을 호소했다. 이어 “라디오 진행자들이 재난방송 요청이 올 경우 그 자리에서 길고 복잡한 지역명과 안내 사항을 모두 빠짐없이 읽어야 한다”며, “이로 인한 진행자의 부담과 청취자들의 피로도도 높은 상황”이라고도 설명했다.

방송협회는 대안적 개선책으로 재난의 시급성,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재난방송의 단계적 송출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시했다. 재난 성격에 따라 차등화한 송출 기준을 마련해 라디오 방송사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재난방송 창구를 일원화해 재난의 중대성, 시급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난방송 요청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을 요구했다. 라디오의 특성에 맞게 재난 지역 호명 개수를 줄이고 보다 간결한 문구의 방송 문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했다.

방송협회 관계자는 “라디오방송이 중요한 보편적 재난 보도 매체인 만큼 매체 특성에 맞는 효율적인 재난방송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